짝 8/4/2011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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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짝’을 찾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짝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짝을 만나면 등굣길이 가볍다.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하지만 희한한(?) 짝을 만나면 괴롭기 그지없다. 우리세대는 학교에 입학하거나 새 학기를 맞이하여 새 짝을 만나 자리배치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한 것이 책상의 반을 나누는 일이었다. 경계선, 그때는 ‘3·8선’라고 하였다. 악랄한 짝을 만나 ‘3·8선’을 넘어갔다가 책이 잘리기도 하고 손등을 맞기도 하였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자 짝을 만나본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여 남자끼리 짝을 맞추어 앉혔고, 남녀공학이 아닌 줄곧 남자 중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너무도 억울하다. 이렇게 말하면 ‘응큼하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여자 짝을 만났더라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추억들이 많았을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일생을 함께 가야하는 ‘짝’이다. 인생의 3분의 1은 혼자 살아가지만 결혼을 하면 나머지는 배우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 미혼들은 누구나 ‘결혼’을 꿈꾼다. 자매들은 오늘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린다. 형제들은 ‘신데렐라’ 공주 같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여인을 기대하며 산다. 문제는 왕자와 공주는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소위 이상형을 만나 결혼하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기억해야 할 것은 결혼은 냉혹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왕자도, 공주도 밥을 먹고 산다. 화장실도 가고 ‘트림’뿐 아니라 ‘방귀’도 뀐다. 잠을 잘 때 코도 곤다. 그래서 실망하기 시작한다. 결혼생활 25년을 엮어오며 깨달은 것은 부부관계를 맺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부부라는 이름으로 가정을 꾸려오지만 여전히 모를 것은 남편(아내)이다.

SBS에서 <짝>을 방영하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기준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짝을 찾기 위해 모인 12명의 남녀가 “애정촌”으로 들어가 1주일 동안 생활을 한 후 마지막에 ‘짝’을 지목하며 끝을 맺게 된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짝>-돌아온 싱글”편을 가동하였다. ‘돌싱’은 이혼남(녀)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름들도 참 잘 짓는다. “짝”에 출연한 분들을 보니 다들 조건이 괜찮았다. 다 건강하고 잘 생기고, 예쁘고 세련된 사람만 뽑은 것 같았다. 이름보다 그들에게는 번호가 붙여진다. ‘남자 1호, 여자 1호’ 이런 식이다. 41세 남자로부터 30대 초반의 여자들이 “짝”에 출연하였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이혼한 사람도 있고 겨우 3개월을 살다가 파경을 맞은 사람도 있었다.

그 사이 아이가 생겨 직접 양육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혼한 아내나 남편에게 아이를 맡긴 사람도 있었다. 자식이야기를 하며 눈가가 눈물범벅이 되는 모습이 보기에 애처로웠다. 그중에 결혼 3개월 만에 이혼을 한 여자 1호의 말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결혼생활은 안 좋은 종합선물세트 같았어요. 제 인생을 180° 바꾸어 놓았죠. 주홍글씨인 것은 사실이예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어린 시절에 받았던 종합선물세트가 생각이 났다. 겉포장은 정말 화려했다. 그런데 막상 개봉을 해 보면 별것이 없었다. 기대가 컸던 결혼생활에서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여자 1호에 표현에 감탄을 했다.

이혼한 이유 중에 “성격차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성격이 ‘딱’ 맞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누구 말처럼 처음에는 반해서 살다가 자식 땜에 살고 나중에는 불쌍해서 살다보면 한평생이 가는 것 아닐까? 이혼율은 점점 늘고 있다. 어느 집안, 가족이나 ‘돌싱’들이 있을 정도로 이혼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이 싫어지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다. 얼굴을 대하기가 너무 힘들어 별거를 하고 나중에는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는다. 한국에서 이혼한 부부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이혼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그중에 67%의 사람들이 “절대 이혼하지 말라.”라고 답을 했다. “짝”-돌싱편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혼의 멍에는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든 무게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