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전설 10/8/2011

by admin posted Nov 25,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필라델피아.jpg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신청해 놓았는데 마감날짜가 임박해 오면서 “이번에 안 들어오면 마지막이야.”라는 소리에 마지못해 이민을 오신 분들은 귀족들이다. 신분은 생각도 안하고 아이들을 위해, 보다나은 미래를 꿈꾸며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한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이민전설이 있다. 먼저는 처음 미국에 도착하여 "누구의 픽업을 받느냐?"에 따라 직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학력은 물론이고 한국에서의 직업이나 경력은 일단 접어야 한다. 전문직이나 주재원으로 오지 않은 이상은 살기위해 무엇인가 시작해야만 한다. 그 길잡이 역할을 처음 라이드를 해 주는 사람이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다음 전설은 나를 미국으로 초청해 준 사람과 원수가 된다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전설이다. 왜 그럴까? 기대치가 높아서이다.

어쩌다가 미국에 와서 지내는 나날은 꿀맛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여기저기 관광명소를 구경하며 환상에 젖는다. 꿈에 그리던 미국 땅을 밟고 있는 나 자신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살던 사람이(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미국에 와서 보니 촌티가 ‘확’ 벗겨지고 폼 나게 살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영어로 음식을 시키는 모습이 전에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겨우 전셋집에 살던 사람이 앞뒷뜰에 잔디가 깔린 영화에서나 보던 그림 같은 저택에 살고 있다. 거기다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삐까번쩍’하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부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넌지시 이민의사를 던져본다. “나도 미국에 와서 살고 싶네.” 그런데 반응이 바로 온다. “뭐 그게 어려운 문제인가? 일단 와, 오면 내가 다 책임을 질게.” 자신만만한 가족, 친구, 친척, 학교 선후배의 이 말은 일파만파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가뜩이나 좁디좁은 한국 땅에서 복작거리며 사는 것에 신물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다 도와준다니 이게 웬 횡재인가? 한국으로 돌아가 마음은 ‘싱숭생숭’이다.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국제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니 호언장담은 여전하다. ‘부랴부랴’ 수속을 밟고 비자를 받아 이민 길에 오른다.

문제는 드디어 도착한 미국은 전에 관광차 들렀던 그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냉혹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살아야하는 현실의 찬바람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한국에서 전혀 안 해 보던 일을 힘겹게 감당해야 하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던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너스레를 떤다. 그가 소유한 집부터 차와 모든 것들이 다 융자(빚)로 지탱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앞이 노래진다. 결정하고 온 것은 당사자이면서도 “오라고 해놓고 나 몰라라 해”하며 미국에 오도록 다리를 놓아준 사람과 등지게 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가장 힘겨운 것은 신분문제이다. 너무나 쉽게 나올 줄 알았던 “영주권”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소식이 감감하다. 신분문제가 해결 안 되어 오늘도 불안한 마음으로 이민의 삶을 이어가는 분들이 이 땅에는 의외로 많이 있다. 그렇게 잘하는 한국말을 뒤로 두고 안 되는 영어로 삶의 현장을 누벼야하는 애환을 누가 알랴! 아이들이라도 최선을 다해주면 좋으련만 부모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는 짓만 계속해 대는 아이들이 야속하기 그지없다.

미국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기까지는 많은 아픔과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상낙원이라는 미국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격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날, 행복한 날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