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형

by 관리자 posted Jul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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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바위에게 물었다. "바위야, 넌 내가 누구인지 아니?" 바위는 대답하기를 "아니, 하지만 저 앞에 있는 나무는 알꺼야." 소금인형은 나무에게 가서 물었다. "나무야, 넌 내가 누구인지 아니?" 나무는 "아니, 하지만 저 하늘에 있는 해는 알꺼야."라고 한다.

 

 소금인형은 해에게 가서 물었다. "해야, 넌 내가 누구인지 아니?" 해는 "아니, 하지만 지나가는 바람은 알꺼야." 소금인형은 지나가는 바람에게 물었다. "바람아, 넌 내가 누구인지 아니?" 바람은 "아니, 하지만 저기 있는 바다는 알꺼야." 또다시 들을 지나고 산을 넘는다. 강을 건너고 수많은 날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는 바다였다. 소금 인형의 눈앞에는 오직 바다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바다에게 묻는다. “바다야, 너는 내가 누구인지 아니?”

 

 소금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바다가 소금인형을 보고 말한다. “말로 너를 설명하기는 곤란해. 직접 네가 내 안에 들어와 보면 알 수 있어.” 그 말에 '소금인형'은 살며시 왼쪽 발을 바닷물에 담궈 보았다. 그러자 왼쪽 발이 사라져 버렸다. 깜짝 놀라 도망가려는 소금인형에게 바다가 말린다. “겁먹지 말고 조금만 더 들어와 봐! 그러면 정말 네가 누군지 알 수 있어” '소금 인형'은 겁이 났지만 바다의 말을 믿고 오른쪽 발도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오른쪽 발도 사라져 버렸다.

 

 바다에 닿는 즉시 자신의 형체가 없어져 버린 '소금 인형'은 두발을 잃어 도망칠 수 없게 되자 용기를 내어 돌이키게 된다. 바다가 일러 준대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오른팔과 왼팔을, 그리고 자신의 얼굴까지 바다 속으로 집어넣었다. 소금인형은 마침내 아주 작은 알갱이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 작은 알갱이 하나마저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소금 인형'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래, 이제 알겠어. 나는 바다였어, 내가 이제야 바다가 되었구나!” 소금인형은 그렇게 처음 자신이 태어났던 바다로 돌아가게 된다.

 

 소금 인형이 자신을 찾는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음’이었다. 한국의 교육은 오로지 주입식이다. 질문을 자주하는 아이는 금방 왕따를 당한다. 가르치는 대로 조용히 받아들이는 아이가 대우를 받는다. 발명왕 “에디슨”이 처음 수학을 접하며 가진 질문은 “왜 1+1=2일까?”였다. ‘하나는 하나밖에 없어서 하나일 터인데 어디 또 하나가 있어 더해질 수 있을까?’ 이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에디슨은 드디어 발명왕의 경지에 이른다.

 

 나는 대학교 1학년에 만난 “철학개론”에서 마음이 불편했다. 흘려들을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는 철학이 마음에 거슬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질문 속에서 삶의 보화가 드러난다는 것을. 나는 학창시절부터 질문대장이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해 주신 “한번 부끄러우면 영원히 행복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영원히 부끄럽게 산다.”는 말씀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물음'을 잃어버렸다. 근본은 보지 못하고, 적절한 '해법'만 찾으며 사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물음'은 감격에서 나온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호기심을 갖는데서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의문투성이인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져야 질문이 생겨난다. 질문은 생각을 깊이하게 만들고 결국 행동으로 삶을 이끈다. 삶은 경험이다. 소금인형이 바다를 깊이 경험 할 때에 바다자신이 될 수 있었다. 깊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영적존재이다. 영적 세계 속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참 평안과 기쁨을 놓쳐버린 채 바람을 잡으며 살고 있다.

 

 깊이 있는 삶을 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풀꽃”-시인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