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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_장애인.jpg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려 나는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었다. “아들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우셨던지 아버지는 전쟁고아를 데려다가 수양아들로 기르셨다. 의붓 형의 이름은 ‘은경’이었다.

‘은경’ 형을 통해 내가 장애인이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머리가 커지며 은경이 형은 새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한 밤중에 싸리나무 울타리 사이로 파인애플 통조림을 놓고 어머니와 한참을 울다 간 모습 밖에는 은경이 형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워낙 몸이 약했던 나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걷고 뛰어 다닐 시기에도 기어 다녀야만 했다. 6살 때 까지 나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살아야했다. 눈만 뜨면 들어오는 담쟁이 넝쿨에 익숙해져 갈 때 겨우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동네 한복판을 지나 갈 때면 아이들은 나를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다리 저는 흉내를 내며 가까이 와서 약을 올리고,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짖굿게 괴롭혀댔다. 그래도 동네를 벗어나면 난 하늘을 보고 웃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 채로.

“이 순경 아들”. 이것이 나의 다른 호칭이었다. 어느 날 “남 순경”이란 분이 아버지가 근무하는 지소(지금의 파출소)로 전근을 오셨다. 아들은 나와 동갑내기였고 그 밑에 딸이 있었는데 장애아였다. 지금생각해 보면 다리 뿐 아니라 손까지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뇌성마비(뇌병변)었던것 같다. 그 아이가 나를 몹시 따랐다. 얼굴은 아주 예쁜 편이었다. 하지만 침을 흘리고 손까지 꼬며 내 곁에 다가오는 것이 나는 싫었다. 그 아이가 엄마와 함께 우리 집에 올라치면 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정말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이 싫었다.

중학교 시절, 2년 선배 중에 장애인 형이 있었다.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그 형은 나보다 장애가 심해 목발을 짚고 다녔다. 밴드부에서 드럼을 쳤는데 실력이 놀라웠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형은 깡패였다. 서울에 가서 목발 돌리는 기술을 익혔다고 하던가! 싸움을 하면 목발을 이용 해 상대를 무차별 가격했다.그 형은 나를 무척 좋아했다. 그 형 덕분에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다. 마주치면 불러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 준 것 같은데 정작 난 그 형이 가까이 오는 것조차 싫었다.

20여년이 흐른 후 중학교 동창들과 만나자마자 그 형의 소식을 물었더니 “자살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필자는 특수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일반 학교를 다녔다. 장애가 있지만 장애인라고 생각도 안했고, 장애인이 싫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도 장애를 가진 전도사님을 만났다. 나이도 연배인지라, 나만 만나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난 그분의 말을 들으면서도 “당신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소명을 받고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하면서도 나는 장애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위 특수 목회는 생각도 못했다. 일반 목회에 성공하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어느 날 그분은 내 목회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리셨다. 장애인들을 위해 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도록 강권적인 역사를 나타내셨다. 그 과정에서 드렸던 기도는 가슴의 목회였다.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 분은 내 가슴을 여시고 하나 둘 장애인들을 만나게 하셨다. 그리고 경험한 또 다른 환희와 기쁨! 장애인으로 장애인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편안할 줄이야! 속마음을 나누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아픔을 함께 나눌 때에 우리는 어느새 한 가족이 되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안다. 왜 그리 오랜 세월을 장애의 아픔을 가지고 울어야했는지! 왜 하늘을 보며 웃으며 그 골짜기를 지나야만 했는지! 난 장애인이 좋다. 장애인들이 예쁘다. 특수 우주복을 입고 한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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