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9:08

0시의 다이얼 6/19/2015

조회 수 760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장희.jpg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너무도 사랑한다. 집에 있을 때나 차를 운전할 때에도 항상 음악을 즐겨 들으며 산다. 목사라고 찬송이나 복음성가만 듣지 않는다.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클래식부터 발라드, 락(Rock)까지 비오는 날에는 7080 가요를 듣는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 (2007)>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교 시절에 즐겨듣던 “심야방송”덕이었던 것 같다. 번민이 많던 10대 후반 오아시스처럼 다가온 방송이 있었다.

기차소리와 가슴을 파고든 “이사도라!”(폴모리아 악단 연주). 그리고는 나즈막히 흘러나오는 김세원(성우)의 오프닝 멘트 “밤의∼ 플랫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내게 비타민이었다. 이윽고 “중파 790 킬로 헬쯔 동아방송입니다. 에이치 엘 케이 제이. 시계라면, 오리엔트. 오리엔트 손목시계가 밤 열한시를 알려드립니다.” “삑...삑..삥~~” 드디어 시그널 뮤직 Franck Pourcel 악단의 “In The Year 2525”가 울려 퍼지고 콧수염 “이장희”가 외친다. “0시의 다이얼∼”

나는 그때부터 야행성이 되어갔다. 이장희가 처음 “그건 너”라는 곡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아니, 저런 노래도 있었나?’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저게 노래냐?” 단순한 가사와 내 지르는 듯 한 발성이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노래와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승승장구. 이 노래 하나로 이장희는 스타덤에 오르며 <자정이 훨씬 넘었네>,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 소녀가 울고 있네>를 연속 히트시키며 인기 가수 반열에 오른다. 그의 노래는 은근한 중독성을 안고 퍼져나갔다.

이장희가 처음 TV 화면에 얼굴을 드러내었을 때 그 여파는 더 컸다. 그것은 설사 나 뿐만은 아니었다. 더부룩한 장발은 그렇다할지라도 무거워 보이는 가죽 자켓, 거기다가 그리 단정해 보이지 않는 콧수염까지 파격적인(?) 인상이었다. 인기몰이를 하며 그는 부동의 심야방송 DJ로 자리를 잡는다. 외모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목소리. 그것은 이장희 반전매력이었다. 그는 일상적이 멘트를 통해 심야방송을 평정한다. 우리세대는 거의 ‘0시의 다이얼’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3.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0시의 다이얼>은 항상 틀어져있었다. 큰마음을 먹고 엽서를 보낸 후 친구들에게 “신청곡을 보냈으니까 들어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끝내 내 신청곡은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 방송 엽서 전시회에 갔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보낸 엽서는 눈길을 끌 수 없는 단순 그 자체였던 것이다. 여자 친구에게 핀잔을 들으며 분한 마음을 견디질 못했는데 전시회에서 눈 사그러들 듯이 분이 사라졌다. 그 정도로 그 당시 하이틴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과 심야방송 DJ들이 들려주는 다채로운 편성에 중독(?)되어 살았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눈부시게 발전한 때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녹음기를 대기했다가 좋은 팝송이 나오면 레코드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난데없이 DJ가 멘트를 함으로 순수한 노래 녹음이 실패할 때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DJ는 이종환이 뛰어났다. 그는 필요한 멘트 만 해주고 청취자들이 음악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심야방송은 <별이 빛나는 밤에>(MBC) <꿈과 음악사이에>(CBS) <한밤의 음악 편지>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다 DJ도 “이종환, 임국희, 황인용, 차인태”를 시작으로 “양희은” “박원웅”까지 기라성 같은 DJ들을 대거 투입시키며 경쟁을 통해 인기몰이를 했다.

심야방송과 함께 청춘의 낭만을 풍미했던 세대가 이제 50대를 넘어 60대에 접어들고 있다. 너무도 화려해진 미디어 매체를 보며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처럼 가슴으로 음악을 배고파 하지

않는 젊은 세대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의 호수에 잠겼다. 그래서 가난했지만 풍요로웠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고한 삶을 살았다. 낭만적인 심야방송이 사람들의 깊은 감성을 퍼올리던 그때가 힘들었지만 행복했음을 이제야 안다.


  1.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6745
    Read More
  2.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6725
    Read More
  3.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6753
    Read More
  4.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6808
    Read More
  5.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3175
    Read More
  6.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7627
    Read More
  7.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8468
    Read More
  8.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7582
    Read More
  9.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8068
    Read More
  10.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7535
    Read More
  11.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7905
    Read More
  12.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8446
    Read More
  13.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19298
    Read More
  14.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7988
    Read More
  15.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8482
    Read More
  16.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027
    Read More
  17.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8329
    Read More
  18.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18468
    Read More
  19.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19180
    Read More
  20.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192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