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저녁 식사를 건너뛴 탓에 시장하여 냉장고를 뒤져봤으나 안엔 생수뿐이었다. 예비 신랑은 이미 잠이 든 상태라 혼자 음식을 시켜 먹기도 곤란하던 그녀는 신발장 구석에 컵라면이 있던 게 생각났다. 컵라면을 먹고 새벽까지 정리를 마저 하고 잠들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다.
예비 신랑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다짜고짜 “컵라면 왜 먹었어?”라고 따졌다. 잠이 덜 깨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를 향해 “그거 오늘 먹으려고 일부러 신발장에 둔 거고 아침에 컵라면 먹을 생각에 지금 김밥도 사 오고 물까지 끓였는데 막 물 부으려고 보니까 없잖아!”라며 성을 냈다. 그녀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 졌다. ‘결혼할 여자가 컵라면 하나 먹은 것 때문에 짐 정리하다 곯아떨어진 사람을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깨울 일인가?’ 예비 신부도 받아쳤다. “배고파서 먹었어! 어차피 1층에 편의점도 있고 다시 갔다 오면 될 거 아니야? 컵라면 하나 먹은 것이 이렇게 화를 낼 일이야? 뭐 하는 짓이야 이게?” 남자의 태도는 더 황당하다. “시끄러우니까 당장 빨리 컵라면 사 와!”
순간적으로 그 남자는 기존에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이성을 잃은 눈빛은 연애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눈빛이었다. 평소 먹을 게 있으면 자신을 먼저 챙겨주던 그였기에 신경질 내는 모습 또한 생소했다. 참다못한 예비 신부는 그대로 가방을 들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후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 예비 신랑에게 걸려온 전화. ‘이제서야 사과를 하려고 전화를 했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왜 사과 안 해? 컵라면도 마음대로 먹고 그 사고를 치고서 수습도 안 해주고 그냥 가다니 너는 뺑소니범이나 다름없어.” “사고? 그까짓 게 사고야? 결혼할 사람한테 컵라면이 아깝냐? 그런 일로 자는 사람 깨운걸로 난 사과를 받아야겠어”라고 말했다. 서로는 더 격앙되어 갔고 “우리 결혼 다시 생각 해보자”로 번져갔다. 여자가 파혼을 결정하고 청첩장부터 웨딩드레스와 메이크업, 예식장 등 하나하나 취소해가자 남자는 다급해졌다. 그때서야 당황한 남자가 사과를 했지만 두사람은 결혼 한달을 앞두고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설마 컵라면 하나로 파혼을 할까?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의외로 부부문제는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혼을 한 후 사람이 변했다’고 한다. 아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을 하게 될 때는 콩깎지가 씌워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의 진정한 성품과 인격을 알려면 그 사람의 평소 언행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생각한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애할 때는 서로 좋은 모습, 장점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 사람의 단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단 결혼을 결심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덮고가려는 심리가 작용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다. 결혼 전에 만난 그 사람은 실체가 아니다.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된다. 연애할 때는, 결혼을 하기 전에는 상대에게 신사적이고 호의적이다. 하지만 일단 부부가 되면 긴장감을 놓게 되고 속에 있는 것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앞에서 말한 남자는 이미 결혼을 한 것이나 매한가지로 생각하고 컵라면 하나에 정체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마련이다. 결혼 전에 그가 어떤 사람들과 교제하는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영역은 어떤것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약자를 감싸주며 상대를 배려하는 그런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