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다

by 관리자 posted Jan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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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처절하다. 요사이는 유기견이 많다. 사람들이 몰인정하게 버리기도 하지만 개가 집을 못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는 눈으로 집을 찾는 것이 아니다. 후각이 발달되어서 냄새로 찾아간다. 해서 개는 가는 곳마다 자기 냄새를 뿌리며(?) 다닌다. 그런데 서울은 매연이 심해서 그 냄새를 못 찾고 유기되는 것이다.

 

  이 개도 그랬다. 아주 고가의 명견인데 어쩌다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질 못했다. 거리를 방황한다. 배가 고파 기진한 상태에 빠진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이 개를 발견한다. 하도 예뻐서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 주었더니 이게 웬일인가? 개가 뛰어올라 할머니 품을 파고든다. ‘배가 고파 이러는구나하고는 개를 안고 집에 돌아오게 된다. 안타깝게도 혼자 사는 할머니이기에 집에는 밥하고 김치밖에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김치를 쭉 찢어 주었더니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다. 개는 그 순간부터 입맛이 김치에 매료된다. PD가 유혹하느라 김치에 고기를 싸서 주어보니 어쩌면 고기는 내팽개치고 김치만 먹는다. 전문용어로 패러다임스위치가 일어난 것이다. 다시 태어난 것이다. 사랑은 체질도 변하게 만든다.

 

  출소한 전과 7범의 사나이가 반겨주는 사람도, 갈만한 곳도 없어서 홧김에 술을 잔뜩 마시고 교회를 찾아간다. 목사님을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취직을 시켜달라고 매달린다. 목사님은 난감했다. 생면부지의 사람, 그것도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을 어떻게 믿고 누구에게 소개를 하겠는가? 정중히 거절하니 사나이는 화를 내며 외친다. “다 말로만 사랑하지 아무 소용이 없네요. 교회도, 목사님도요.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누구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당황한 목사님은 앉혀놓고 차분히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다가 왜 사랑을 못 받았습니까? 고아원에서 거둬주고 보살펴주었고 이후 자라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베풀어 주었을까요? 이 세상에 사랑받지 않은 사람은 없답니다.” 눈물을 흘리며 돌아간 사나이는 다음 주일부터 그 교회에 출석을 했고 이제는 장로가 되어 충성하는 귀한 신앙인이 되었다.

 

  지난 18일 오후 1016. 도로교통공단 TBN 대전교통방송 생방송 도중 심상치 않은 문자가 도착했다. “삶이 너무 힘드네요. 생을 마감하면서 듣고 싶습니다. 비지스의 '홀리데이' 틀어주세요심상치 않은 내용으로 유독 눈에 밟히는 문자였다. 황금산 PD는 청취자를 달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을 자세히 알려 달라. 노래는 30분 있다가 준비하겠다며 시간을 버는 문자를 보냄과 동시에 전문 상담가에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청했다. 대전경찰청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위치추적을 부탁한다고 전화를 넣었다. 경찰은 빠르게 위치추적을 한 뒤 119구급대와 함께 출동했고, 차량 안에서 손목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수 있었다. 며칠 후 해당 청취자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바보 같은 생각 두 번 다시 안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사랑 때문에 태어났고 사랑으로 자라났고 사랑을 힘입어 오늘 내가 여기 서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야 알았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나를 성장시켜준 동지요, 친구였던 것을.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살았지만 돌아보니 사랑의 울타리에서 살았음을 깨닫게 된다.

 

 청년시절. 성악가 출신 가수 한상일의 <웨딩드레스>가 입가로 흘러나왔다. “우리가 울었던 지난날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우리가 미워한 지난날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우리를 울렸던 비바람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우리를 울렸던 눈보라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그렇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것은 사랑이었다. 그때 깨달았어야 했는데.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없다. 나만 몰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