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경기도 시흥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이미진양(15)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양이 케이크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천 원 남짓. 무남독녀인 이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손수 케이크를 만들어 ‘두 팔 없는’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 해 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 질 경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했던 이양은 ‘아빠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깨달은 이후부터 아버지의 생일날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가 장애인임을 당당하게 밝힌 것도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부터의 일이다.
10년 전 갑작스런 감전사고로 인해 두 팔을 잃은 이양의 아버지 이동희씨(48)는 딸이 만든 케이크에 촛불이 켜질 때마다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의 마음이 폐부 깊숙한 곳까지 전달돼 눈자위가 촉촉이 젖어들기 때문이다. 이양이 다섯 살 되던 해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던 이씨는 생명을 ‘유지’하는 대가로 두 팔을 ‘반납’했다. 6만 6천 볼트의 고압에 감전돼 양팔을 절단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사랑하는 딸을 두 팔로 꼭 안아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는 이씨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다.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극복하기까지 딸과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됐다”는 이씨는 부모에게 어리광부릴 나이에 마음은 이미 ‘어른’이 돼 버린 딸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걷는 것’ 외에 밥 먹고, 세수하고, 화장실 가는 일까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갓난아이’와 같은 아빠가 돼 버렸지만 그런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이양은 비 오는 날이면 습관처럼 아버지 대신 우산을 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쯧, 쯧. 어린 딸에게 우산을 들게 하다니…”하고 혀를 찰 때마다 이양은 아픈 마음을 감추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짓는다. 그런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씨의 마음 또한 아프기는 마찬가지이다.
천고의 노력 끝에 아빠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컴퓨터 그래픽운용 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했을 때 딸은 뛸 듯이 기뻐해 주었다. 의수를 이용해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겨우’ 움직이는 아버지가 1년여 동안 갖은 노력 끝에 맺은 결실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을 뻔했던 아빠였기에 해마다 다가오는 ‘생일’이지만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이양은 내년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케이크를 만들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빠를 소중히 여기는 미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무거운 멍에가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는 목사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장애를 가진 자매를 36년 만에 세상으로 끌어내는데 가장 큰 방해를 한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했다. 자신의 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밖으로 나가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 왔던 것이다.
영롱하게 빛나는 케잌의 불빛처럼 미진이와 아빠 온 가족이 좀더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 장애를 덮어주고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배려해주는 가족이 있다면 장애인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랑. 이제는 의식도 바뀌고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많이 변해 다행이지만 진정 장애인을 감싸주고 힘이 되어주어야 할 사람들은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