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논쟁

by 관리자 posted Sep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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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jpg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배우자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목회와 더불어 <부부 행복 학교> 리더로 가정사역을 감당하고 있었다. 과정 중에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 한가지씩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어느 부부의 상반된 의견은 <아침밥>에 관한 것이었다. 사연인즉슨, “어떻게 엄마인 사람이 아이를 밥도 먹이지 않고 학교를 보내느냐?”는 것이었고, 아내는 내가 매일 아이를 굶겨서 보내는 것처럼 말하는데 억울하다면서 가끔 빵도 먹을 수 있고, 밥맛이 없으면 우유 한 잔 마시고 갈 수도 있지. 어떻게 아침마다 꼬박꼬박 밥을 해 대느냐?”는 것이었다. 아이가 늦잠을 자게 되거나 아니면 식욕이 없어 그냥 가겠다는데도 남편은 아이를 식탁에 앉혀서 빨리 먹고 가라고 불호령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날은 아이나, 아내나, 남편도 속상한 아침을 맞게 된다. 아내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않음과 동시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숨을 쉰다.

 

  도대체 왜 남편은 그렇게 아침밥에 집착하는 것일까? 우선 부부의 성장배경을 살펴보게 되었다. 아내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로 자랐다. 배고픈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자랐다. 특히 친정어머니는 외모에 신경을 쓰는 어머니었다. 사춘기 시절에 통통해져가는 딸에게 다이어트를 권장했고, 그러다 보니 아침식사는 밥보다는 간이식으로 했고 괜찮을 때는 아예 식사를 거르고 등교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남편은 그렇지 못했다. 어린 시절 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새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설상가상으로 그때 아버지 사업이 잘못되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고 아침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학교에 가야 했고, 도시락을 가지고 가는 날보다는 그냥 가는 날이 더 많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점심시간 때는 다들 도시락을 열어 맛있게 밥을 먹는데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한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반 친구들의 눈초리가 싫어 슬그머니 운동장에 나와 있었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 점심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운동장 구석에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학교 매점에서 줄지어 빵을 사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부러워하기도 했다. 어느 여름날에는 학교에서 돌아와 배고파 누워있는데 새어머니가 부엌에 있는 밥을 먹으라고 하셨다. 기쁜 마음에 달려 들어가 가마솥 옆에 있는 밥주발을 열었는데 쉰 냄새가 나더란다. 그래도 너무 배가 고파 밥을 물에 씻어서 김치와 함께 먹었는데 그게 탈이 나 쉴새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눈가에 이슬이 맺혀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 남편의 손을 잡으면서 미안해! 당신이 어려서 고생했다는 말을 고모한테 들어서 알았지만 이렇게 고생한 줄은 몰랐어. 미안해요비로소 아내는 남편이 왜 밥에 대해서 그렇게도 관심을 갖고 그 일로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는지? 아내의 모습과 새어머니가 겹쳐지면서 자신의 어릴 적 상처가 건드려져서 그토록 역정을 내고 화를 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비로소 남편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남편은 어린 시절 새엄마 같은 여자에게는 장가가지 않을거라고 다짐했고 따뜻한 아침밥과 도시락을 싸 줄줄 아는 여자에게 장가갈 것이라고 다짐을 했단다. 하지만 아내의 모습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부부는 변화되어 갔다. 남편은 그 날 이후 아내가 아이들 아침밥을 꼭 챙겨서 먹여 보낸다고 즐거워했고, 아내는 남편이 아이들과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 밥을 안 먹고 가는 일이 있어도 그렇게 화를 내지 않는다고 좋아했다.

 

 배우자의 흘러간 과거를 알면 오늘의 상대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부부는 서로를 깊이 알아갈 때 행복 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