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갈대

by 관리자 posted Sep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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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보다 더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는 다른 곳에 에너지가 철철 넘쳐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수많은 생각을 한다.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쓸데없는 생각, 꼭 필요한 생각이 겹쳐지며 인생을 엮어간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에 사람들은 고심한다. 벽이 인생의 길을 가로막았을 때에도 깊은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고 흘러가는 생각을 방관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의 줄을 놓고 있다는 의미이다. 모든 것이 낯설은 젊은 시절에는 처음 가는 길이기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더디 흐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따라서 별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맞이하다 보면 그 흐름의 속도감은 증가하게 된다.

 

  여행을 하거나 어떤 곳을 처음 찾아갈 때에 멀게 느껴지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하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 올때에는 이상하게 빨리 오게 된다. 그러면서 왜 갈때는 그렇게 긴시간이 걸렸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무언가를 자주 경험하거나 익숙해지면 그만큼 시간개념이 빨라지게 된다. 아직 해본 것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하루가 길기도 길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일들을 감당하다보니 신선감도 떨어지고 따라서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세월이 그렇게 빠를 수가 없다.

 

  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마 목회자는 다들 그런 삶을 살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설교에 대한 강박관념이 들어있다. 성도들은 설교가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저절로 나오는 것으로 안다. 아니다. 매일 매순간 새로운 말씀을 증거하기 위해 목사는 항상 생각을 해야 한다. 내 눈으로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한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농축되어 전달되는 것이 설교이다. 텍스트만 뛰어나서도 안된다. 청중에 수준과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떤 분은 텍스트는 확실한데 감동이 떨어지는 경우를 본다. 일방적이어서 그렇다.

 

  나는 설교뿐 아니라 매주 칼럼을 써야 한다. 하기에 누구보다 생각이 많다. 어느새 18년 동안 써온 글이기에 내용이 겹치지 않으면서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어떨 때는 잠결에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도 중에 글맥을 잡기도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아하, 바로 이거야!’하는 느낌이 오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는 생각의 세월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발상이 위대한 발명품을 개발하며 후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없이 사는 사람은 게으르고 악한 사람이다.

 

  사람이 약하다는 것을 실감한 때가 있다. 일찌기 워싱톤중앙장로교회를 담임하던 이원상 목사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인품이 고귀하여 모두에게 존경받는 생을 사셨다. 이 목사님이 말년에 암에 걸리셨다. 극한 고통속에 있을때에 후임 목사님이 병원에 심방을 갔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당하고 계셨다. 갑자기 허공에 무언가를 쓰셨다. SPR, spirit이요?” 목사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손가락 글씨를 이어갔다. SPRITE. 탄산음료 스프라잇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 왔다. 평생 목양일념하시던 노 목사님이 식도암에 걸려 죽음 직전에 그린 글짜는 스피릿()이 아니라 스프라잇(탄산수)였다.

 

  인생을 이렇게 약하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기에 사람은 위대하다. 생각은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내는 원동력이다. 생각하라! 그러면 행복이 찾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