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by 관리자 posted Aug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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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jpg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하지만 그런 부부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부부는 다른 것이 많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서서히 닮아가며 평생을 엮어간다. 친구가 한마디 했다. “모든 부부는 똑같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없어 보이지만 들어가보면 다들 갈등 속에 사는거야!” 어쩌면 좌괴적인 표현같지만 그 말이 신빙성 있어 보인다.

 

  싸움없이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태어난 가문이 다르고, 문화, 습성, 유전자가 다른데 하나가 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래서 싸움을 시작한다. 마치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하듯이. 이 글을 읽는 분이 결혼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궁금한 마음이 밀려온다. 부부싸움으로 상대가 얼마나 자극을 받고 변화되었는지도 묻고 싶다. 똑같은 레퍼토리의 반복 아닐까? 그러면서도 여전히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아주 멋진 하루를 보내고 이제 잠에 들려는 참이었다.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주말에 창고 정리하는 거 잊지 마세요.” “알았어. 내 기쁘게 도와주지.” 순간 돌아온 아내의 날카로운 대답.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니, 도와주겠다는 말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이지? 거들어주겠다, 같이 하자는 말인데? 내 말은, 그러니까 당연히당신도 알잖아. 창고를 같이 치우자는 얘기지.” “그 말인즉슨 내가창고를 치울 때 도와주겠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창고 청소는 내 일이고 당신은 그저 도와주기나하겠다는 거죠.” , 또 시작이다. “여보, 제발. 지금 너무 까다롭게 따지는 것같지 않아?” “까다롭다고요? 지금 까다롭다고 했어요?” 어둠 속에서 아내가 벌떡 일어나 이불을 확 걷어 젖혔다. 방안에는 차갑고 무거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읽은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보통 부부싸움의 패턴이 이렇다. 심각하고 거창한 주제가 아니다. 말꼬리를 무는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냥 지나가도 될 말인데 되묻다가 상황이 험악해진다. 그러다가 옛노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남편은 대개 싸움을 하고 나서 잊어버린다. 그래서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아내에게 밥을 차려 달라고 한다. 아내는 기가 막히다. 염장을 질러놓고 밥을 달라고?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아내는 묘한 기억력이 또렷한 존재이다. 도대체 언제쩍 이야기인데. 그걸 끄집어낸다. 깜빡깜빡하면서도 부부싸움을 할 때면 그리도 기억을 잘한다. 잊어버릴만도 한데 말이다. 그래서 남편은 더 열을 받는다. 거울보고 가위, 바위, 보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한다. 흔적이 안 남는다는 의미이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되뇌어보라! “칼로?” 와우. 손으로 물베기가 아니라 칼로 물베기이다. 이게 문제다. 부부싸움의 동기는 시시해 보이지만 속히 진화가 안되면 커다란 사건으로 번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싸움은 주로 아내가 건다. 하지만 싸움의 원인은 남편이 제공한다. 남편은 화가나면 바로 일을 벌린다. 아내는 속으로 삭히다가 한계가 오면 터뜨린다. 따라서 남편이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하다. 하지만 아내가 걸어오는 싸움은 비중이 실린다. 쉽게 간과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부부싸움을 안할 수는 없지만 잘 풀어내기만 하면 평생 신혼의 삶을 살 수 있다. 부부싸움을 한 후에, 한 사람은 빨리 이야기해서 풀어야 하는 성격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은 그냥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침묵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하는 성향이 있다. 며칠을 서로 말도 안하고 풀어질 때까지 밥도 안주는 집도 있다. 결국 싸움을 하고 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남편아닐까? 남자는 본능적으로 먹는 것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밥을 못 얻어 먹으면 본인만 손해다. 결국 행복한 부부란 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아니라 이후를 지혜롭게 풀어내는 화해를 잘하는 부부인 것 같다. 고운정도 소중하지만 미운정이 더 여운이 있다는 것을 오래 살아본 부부는 이미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