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었다. 숨진 아들은 자폐스펙트럼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들의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고, 관련 복지 상담을 받은 기록도 없다. 지역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미취학 아동 인 경우에 부모들이 ‘아이가 크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로 일부러 장애인 등록을 안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의 장애를 인정해야 등록하러 온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예상을 뛰어넘은 고공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예리한 판단력으로 번번히 승소를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너무도 예쁘고 깜찍하고 속깊은 우영우의 모습이 자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것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버리고 떠난 엄마의 그늘.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받으며 살아야 할 우영우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많은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사실 장애아라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에 접어든 친구들도 있다. <토요사랑의 교실>은 밀알에서 25년을 넘게 운영해 오는 Day Care 프로그램이다. 20년 전, 처음 내가 부임했을때만해도 말 그대로 대부분 장애아였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나이가 들어가고 이제는 청년들이 되었다. 하지만 평균 3살 정도의 인지능력이기에 장애아로 분류하는 것이다. 하이스쿨을 졸업한 이후 사유서가 받아들여지면 2년을 더 다니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더 이상 진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장애가 미미한 경우(?)에는 대학에 가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지내거나 더 이상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면 그룹 홈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가 사역자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순간이다.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부터 한식을 먹을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만큼은 아니라도 마음이 아프고 사역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제한된 공간에 들어가면 토요일에 밀알선교단에 나오는 것도 제약이 따른다. 그렇게 떠나가는 장애아들의 숫자가 늘어만 간다.
과연 “우영우”는 존재하는 것일까? 장애가 있지만 특별한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는 경우 ‘서번트(savant) 증후군’이라고 한다. ‘우영우’처럼 마치 뇌안에 법전이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때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기억력으로 찾아낸다. 어떤 친구는 ‘몇년몇월몇일이 어떤 요일인가?’를 정확히 집어낸다. 지하철 역, 버스정류장 명을 줄줄이 엮어낸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를 확연하게 기억해 낸다. 우리 밀알에도 탁월한 음악성을 가진 아이가 하나 있는데 음을 들으면 바로 건반을 누르는 절대음감능력을 지니고 있다.
창단 16주년을 맞은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 발달장애(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포함)가 있다. 연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한 그들에게는 악기 말고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자폐아는 낯선 환경을 아주 싫어한다. 해서 토요일 담당 발렌티어를 고정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가벼운 생활 소음이나 불빛 같은 시각 자극도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루종일 똑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일어나 뛰다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자해이다. 불안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물어뜯거나 손톱으로 피부를 긁어대고, 머리를 벽에 마구 부딪힌다. 난감하다. 그들만의 세계를 언제나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말한다. “목사님, 힘든 일을 하시네요?” 아니다.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꾸밈없는 장애아들의 모습에서 천국을 본다. 주님이 계신 곳이 느껴져서 좋다. 그래서 오늘도 외친다. “하나님은 낮은 곳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