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다. 넘치는 에너지로 쉼없이 움직이는 것은 낯선 세상을 알아가려는 가녀린 몸부림일 것이다. 학교에서 같은 또래에 아이들을 만나며 인격이 만들어져 간다. 아가의 웃음을 본적이 있는가? 해맑다. 그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 진다. 안타까운 것은 자라가며 그 해맑은 얼굴이 바래간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심각해지고 얼굴에는 우수가 깃들기 시작한다. 결국 아이의 순수한 심성을 얼마나 유지하며 사는가가 인생의 과제인 듯하다.
예약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누구나 일찌감치 공항에 나간다. 국내선은 2시간 전, 국제선은 보통 3시간의 여유를 두고 체크인을 한다. ‘너무 일찍 나온 것 같은데’하며 자리를 잡지만 희한하다. 공항 대합실에 앉으면 그렇게 시간이 빨리 흐를 수가 없다. 왤까?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가며 오가는 사람들을 주시한다. 다양한 인종, 생김새, 복장, 행동에 끌려다니고 간간히 들려오는 공항 안내방송을 듣다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사람의 표정은 신비로울만큼 다채롭다.
평소에는 가만히 다물던 입술에 힘을 주면 새로운 표정이 연출된다. 무언가 결심을 할때는 입에 힘을 주게 된다. 긴장하고 초조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볼 안쪽에 바람을 넣어 ‘볼풍선’을 만들게 된다. 대개 화를 내면 입이 나온다. 특히 여성들은 더하다. 입에 힘을 주면 냉기가 돌고 입을 벌리면 허술한 사람으로 보인다. 턱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반듯하게 해야 한다. 턱에 너무 힘을 주어 당기고 있으면 과시하는듯해서 부자연스럽고, 턱을 들면 상대를 깔보는듯해서 어색하다. 연구 아닌 연구를 해 보니 화를 낼 때는 대개 눈이 커진다. 반면 웃으면 눈이 작아진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얼굴이 환해지고 상대방이 거북하면 인상이 굳어진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를 만나든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간혹 눈치가 없는 사람들이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 소위 막무가내의 사람이다.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된다. 차라리 그런 태도가 살아가기에 편할지도 모른다. 주변 상황에 맞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슬플 때는 슬픈 표정을, 기쁠 때는 기쁜 표정을 해야 한다. 온건하고 담담하면서 진중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표정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 갑작스럽게 표정을 바꾸면 상대가 당황하게 되고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표정이 그 인격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알아차린다.
억지 웃음을 짓는 사람이 있다. 환하게 웃질 못한다. 입만 살짝 열렸다 닫힌다. 섬찟하다. 우스갯소리를 해도 비쭉이는 사람이 있다. 내면이 병든 증거이다. 웃을 일에 웃지 못하는 것처럼 불행한 것은 없다. 그렇다고 호들갑 떠는 얼굴은 거짓스러워서 얼핏 역겨울 수가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던지면 파안대소하는 사람이 있다.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벌리며 웃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구김살이 없다’는 말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얼굴은 감히 우주라 할 만큼 신비롭고 드넓다. 얼굴은 나의 입장과 위치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얼굴에 그 사람의 윤리, 철학, 가치관이 투영된다. 나무에 나이테처럼 얼굴에는 인생의 발자욱이 남게된다.
얼굴이 무서운 것은 생각은 형체가 없지만 얼굴에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얼굴로 마음이 전해진다. 얼굴로 명령을 하기도 한다. 얼굴로 희노애락이 연출된다. 얼굴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얼굴의 힘은 강자의 힘이 아니라 가능성과 신비의 드러남이다. 환경과 처지를 떠나서 항상 웃는 사람을 누구나 사랑한다. 그가 진정 삶의 예술가요, 삶의 작가이며 건축가. 삶의 연출자인 것이다. 당신의 웃는 모습을 누구나 보고 싶어 한다. 웃는 당신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