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7.01 17:26

음악은 발이 없잖아!

조회 수 597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순정 친구.jpg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그 섬에는 청초한 외모에 “수옥”이 애타게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범실, 길자, 개독, 산돌, 그리고 수옥”은 그렇게 만나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가게 된다. 친구만큼 커다란 자산이 또 있을까? 순수한 10대들의 우정. 그리고 “수옥”을 향한 애잔한 범실의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수옥”은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해녀였던 엄마가 물질을 하다가 해류에 휩쓸려 세상을 떠난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말이다. 장애 때문에 진학도 못한 “수옥”은 방학을 하면 고향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다리를 몹시 저는 수옥을 친구들이 돌아가며 업고 가는 장면에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의 등에 업혀 다녀야 했다. 물론 가장 많이 업혔던 곳은 엄마 등이다.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러면서 “재철아, 너는 크게 될거야!” 덕담도 들려주셨다. 그것이 내 재산 1호인지도 모른다.

 

 수옥이 친구들에게 업혔듯이 나를 등에 업고 다녔던 친구들이 많기도 많았다. 수옥이 업혀가는 장면에서 불현 듯 내가 잊고 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내가 여기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빚을 지며 살아왔는지. 수옥은 지나치리만큼 음악을 좋아한다. 그녀의 꿈은 커서 방송 DJ를 하는 것이다. 친구들이 물었다. “너는 왜 그리 음악을 좋아하니?” 수옥이 대답한다. “응. 음악은 발이 없잖아. 어디든지 갈수 있잖아!” 수옥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아리게 했다. 아하! 그래서 나도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백수시절. 내 유일한 친구는 음악이었다. 음악의 장르는 다양했다. 클래식, 팝송, 가요 등. FM 라디오를 눈을 뜨자마자 켜면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들은 날이 많았다. 음악은 나를 가지 못하는 어디든 인도해 주었다. 음악을 들으며 꿈을 꾸었고, 음악을 통해 상상되는 온갖 판타스틱 한 장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지금도 기타를 잡으면 나는 금방 청춘으로 돌아간다. 수옥의 꿈은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약점을 이용하는 보건소 선생님의 농간을 알아차리고 “수술을 받아도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에 수옥은 낙심하여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동네이장을 비롯한 섬마을 사람들은 “미성년자의 장례는 바다 사람들에게 재앙을 불러온다.”는 설을 내세우며 수옥의 장례를 외면한다. 결국 네 친구들이 어설픈 상여를 만들어 장례를 치르게 된다. 상여 앞에 올려놓은 오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Dust in the Wind”(Kansas)가 잔잔한 파고로 듣는 사람의 내면을 잠식해 간다. 진정 인생은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런가? 그렇게 수옥은 한줌의 재로 사라져 간다. 영화의 흐름은 옛사랑에 대한 회상이지만 한 장애 소녀의 짧은 생애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많은 고비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며 현저히 달라지는 다리의 차이를 보며 좌절했고 남들처럼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모습에 비애를 느꼈다. 나이가 들수록 장애의 무게는 나를 짓눌렀고 “죽고 싶다”는 절망감과 무던히 싸워야만 하였다.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목사님 말씀 때문에 그곳으로는 시선도 두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이상의 기쁨과 환희가 나를 반겼다. 물론 신앙이라는 기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절망 앞에서 ‘수옥’처럼 스스로 죽음에 자신을 내어주기보다 그 벽 앞에 죽을힘을 다해 도전해 보는 것이 인생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푸쉬킨)

 

 

 


  1.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1416
    Read More
  2.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58663
    Read More
  3.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99632
    Read More
  4.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77603
    Read More
  5.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69049
    Read More
  6.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57091
    Read More
  7.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67007
    Read More
  8.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77377
    Read More
  9.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0879
    Read More
  10.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59789
    Read More
  11.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4545
    Read More
  12. 산 사람 소식으로 만나자!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가정이라는 요람에서 꿈을 꾸며 자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입을 열고 두 분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성장 해 간다. 조금씩 커가며 만나는 것이 “친구”이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
    Views57994
    Read More
  13.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0429
    Read More
  14.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
    Views58496
    Read More
  15.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0585
    Read More
  16. 밀당

    어디나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가 있다. 미닫이는 옆으로 밀면 되지만 여닫이는 ‘밀고 당기기’가 분명해야 한다. 대개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에는 출입문에 “Push” 혹은 “Pull”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Views57172
    Read More
  17.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미국에 처음 와서 이민선배들(?)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어떤 말은 “맞아!”하며 맞장구가 쳐지지만 선뜻 이해가 안가는 말 중에 하나는 “누구나 자신이 이민을 온 그 시점에 한국이 멈춰져 있다.”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
    Views68727
    Read More
  18. 가시고기의 사랑

    오래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시고기는 특이한 고기이다. 엄마 고기가 알을 낳고 그냥 떠나 버리면 아빠 고기가 생명을 걸고 알을 지킨다. 그 후 새끼가 깨어나면 새끼는 아빠의 고생도 모르고 훌쩍 떠...
    Views75783
    Read More
  19. 인생의 자오선- 중년

    인생의 세대를 나눈다면 유년, 청년, 중년, 노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년은 철모르고 마냥 뛰어노는 시기이고, 청년은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꿈을 안고 달리는 시기이다. 그 이후에 찾아오는 중년, 사람들은 그렇다. 나도 그랬다. 자신의 삶에는 중년...
    Views84358
    Read More
  20. 생방송

    나는 화요일마다 필라 기독교방송국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방송명은 “밀알의 소리”. 사람들은 생방송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생방송이 체질이다. 방송을 진행한지가 어언 14년에 접어드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방...
    Views604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