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한 글자로

by 관리자 posted Jun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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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문득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아마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일단 자녀들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을 것이고, 생각이나, 사고도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되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혼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것이다. 성경 잠언 18:22은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 말씀한다. 장애를 안고 홀로 나이가 들어가는 밀알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가정이 있다는 것은 안정감을 의미한다. 기쁘고 어려울 때 누가 뭐라해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배우자요, 가족이다. 한국에서 지내며 해결해야 할 것은 빨래감이었다. 다니다가 본 것은 있어서 친구에게 “빨래방을 가자”고 했다. 다른 때는 막역하기에 친구에게 맡기기도 했지만 주로 속옷을 세탁해야 하기에 제의한 것이다. 한적한 빨래방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세탁기가 가동되고 있었고, 나이가 지긋한 한 분이 앉아있었다. 세탁기 위에는 친절하게 사용법이 적혀있었다. 일단 500원 동전으로 바꾼 후 세탁물과 세제를 넣고 금액을 넣으면 가동되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자리하고 있던 분에게 사용설명을 재차 물었다. 감사하게도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내 세탁물이 다 돌아갈 즈음에 그분은 이미 건조된 세탁물을 들고 나서는 중이었다. “저는 먼저 갑니다.” 공손한 인사에 나도 모르게 일어나 “예, 예.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배웅을 했다. 나이에 비해 너무도 야위어 보이는 그분을 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독거노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 홀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통계에 의하면 70이 넘어 아내를 떠나보낸 노인 중에 3년 안에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80%라고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면 아내의 빈자리는 크고 큰 것 같다. 

 

 가정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꿈’이다. 두 글자로 하면 ‘사랑’, 세 글자는 ‘안식처’, 네 글자는 ‘땅의 천국’, 열 글자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가 아닐까? 아버지를 여섯 글자로 표현하면 ‘속으로 우는 분’, 어머니를 여섯 글자로 하면 ‘정말 미안해요’가 된다. 이미 두 분을 떠나 보낸지 오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그립기만 하다. 자녀를 네 글자로 하면 ‘평생 원수’, 여섯 글자로 하면 ‘그래도 내 사랑’이다. 자식이 불효하면 한이 사무치고 효도를 받으면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감사하게도 잘 커주어 자기 앞가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자식은 부모가 짊어지는 표현하기 힘든 숙제인 것 같다.

 

 교회학교에 다녀온 자녀가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오늘 교회학교에서 천국에 대해 배웠어요. 천국은 어떤 곳이에요?” 이때 부모가 자녀에게 “얘야, 우리 집과 같은 곳이야. 예배와 사랑, 찬양과 웃음이 넘치는 곳, 천국은 바로 우리 집과 같은 곳이란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가정의 현실은 그렇게 펼쳐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사연 많은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고 그 사연을 대물림하며 자녀들은 자라나기 때문이다. 장성한 아이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는 성장할 때 방치된 것 같았어” 내뱉았을때에 가슴이 저며왔다. 어리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첫 목회를 시작했기에 심방, 전도에 온 힘을 쏟다보니 아이들끼리 있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미안하다”라는 말 밖에는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앞만보며 달려야 했던 젊은 목회자가 아이들에게 안긴 아픈 사연이다. 그래도 밝게 자라주어 알콩달콩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이 못내 고맙고 미안하다. 

 

 가정이 살아야 한다. 가정천국이 교회와 사회를 천국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 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 1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