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들려?

by 관리자 posted Nov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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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기울임.jpg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한’이었다. 해서 많은 곳을 다니며 지휘를 배우기 위해 애를 썼다. 우선 학교에서는 “김의작 교수”를 통해 기초를 닦았다. 때마침 영락교회 시온성가대 지휘자 “윤학원 교수”가 개설한 특강이 지휘 실력을 진일보하게 도와주었다. 그때 성대(聲帶)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후두 안에 숨겨진 성대의 오묘함에 놀랐다.

 

 성대의 모양과 조직에 따라 목소리의 톤과 색깔이 달라진다. 성악가들은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도 공명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노래의 맛을 낸다. 가수들이 열창하는 것을 보면 목소리가 악기가 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을 만났을 때에 우리는 이목구비를 보며 그 사람의 성격을 가늠한다. 외모와 버금가는 것이 목소리이다. 따라서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얼굴’이라 할 것이다. 인상과 목소리가 대조적인 사람이 있다. 남성의 경우에 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데 갑자기 가느다란 소리가 나올 때 “깜놀”(깜짝 놀람)하고, 시선을 끌만한 외모가 아닌데 갑자기 멋진 바리톤 발성이 나올 때에 반전 매력을 경험한다.

 

 중학교 시절, 내게 웅변을 가르쳐주던 친구는 몹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졌다. 두상도 멋지고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졌는데 일단 입을 열면 상대방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목소리가 탁했다. 그러면서도 웅변과 성악을 한 것을 보면 인간승리라고나 할까? 표현은 안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상당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반면, 나는 목소리 톤이 크다.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웅변을 하면서 일반사람보다 큰 목소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아내는 어디들 가든 나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를 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워낙 목소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목소리가 커서인지 사람들은 내게 대하여 ‘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가보다. 겁이 많은 ‘개’일수록 낯선 사람이 오면 큰소리로 짖어댄다. 겁 없는 개는 가만히 있다가 그냥 물어버린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오히려 여린 마음의 소유자 일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이다. 오히려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이 성격이 강한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귓속말을 즐겨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사기성을 숨기기 위한 위장술일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정치꾼은 절대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흥분을 하거나 상대를 험담하는 경우도 없다. 목소리 톤이 항상 고르다.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사람을 당해낼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 성격을 못 이겨 소리를 높이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반드시 지게 되어있다. 큰소리로 말을 하면 일단 사람들이 듣기는 하지만 그것을 ‘카리스마’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큰 지도자는 다혈질 보다는 점액질이나 우울질인 경우가 많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개방적인 성격이며,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친화력이 돋보여 무엇이든 먼저 시작한다.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약점이 있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꽤나 잘난 척을 하기도 한다. 사람을 너무 믿어 배신을 잘 당하기도 하는 스타일이다. 목소리가 작고 낮은 사람은 신뢰감은 주지만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를 주저한다. 무덤덤하여 상대방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고집을 소유한다.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톤이 낮고 리듬감과 울림이 있다.

 

 사람을 만나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말이다. 목소리는 목에서 나오지만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선천적인 목소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말의 향기는 내가 가꾸기 나름이다. 지금 어떤 목소리의 주인공과 대화를 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