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의 달콤함

by 관리자 posted Feb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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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담화.jpg

 

 갑자기 귀가 가려울 때가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누가 내말을 하나?”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은 영적 존재이기에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일찍이 나의 장인이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다. “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군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것이고,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좋은 말을 하는 것”이라고.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믿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왼쪽 귀가 가려우면 기분이 ‘꿀꿀’하고,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남의 말을 많이 한다. 좋은 말에는 흥미와 집중력을 흐리다가도 누군가를 흠집 내는 대화가 시작되면 감칠맛을 느끼며 끊어질 줄 모른다. 아담의 죄의 근성은 그래서 무섭다. “좋은 말만 하고 살자!” 결심을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실천되질 않는다. 지난 주간 한 모임에서 “저는 오늘 바빠서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라며 한 사람이 바삐 자리를 떴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의 입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시작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에 대한 일상과 사정을 넘어서 성격털이(?)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해서 나는 웬만하면 어느 모임에서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전해 듣는 것은 못 견딜 일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남의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난도질을 해댄다. 그런데 이게 보통 재미가 있는 게 아니다. 남에 대해 좋은 말을 할 때는 표정이 단순하다. 하지만 일단 뒷담화 단계에 접어들면 표정들이 달라지고 제스처도 현란해 진다.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치고 들어간다. 그러면서 다들 합창하듯 동조한다. “맞아, 맞아. 응? 그래?”

 

 사람들은 뒷담화를 하면서 공통적인 유대감을 확인한다.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답답한 동료, 이중적인 사람 때문에 화가 날 때, 미운 상사, 얄미운 후배에 대해 험담을 하다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다른 때는 몰라도 뒷담화를 할 때면 어쩜 그렇게 잘 맞는지 신기하기 이를데 없다. 관계지향적인 여성들은 자신의 개인사를 친해지는 수단으로 동료나 친구에게 넌지시 내어 밀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비밀이 뒷담화의 소재로 활용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남에 대해서는 인색하리만큼 ‘몰이해스럽다’가도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하다.

 

 그래서 뒷담화의 대상이 나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처럼 살다가 전해져온 자신의 뒷담화에 접하면 견디질 못한다. 그동안 그렇게 뒷담화를 즐겨했는데 상황이 바뀌면 ‘멘붕’(멘탈붕괴)에 빠지는 것이다. 내 앞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하다가 뒤에서는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으레 ‘사람들은 내 흉을 보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고 한다.

 

 부정적 정신적 습관을 가진 이들이 우리나라 국민의 97.2%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떤 일이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내가 다가갔을 때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면 ‘틀림없이 내 흉을 보고 있었을 거야’라고 지레 짐작을 한다는 것이다. 뒷담화를 하는 동안은 서로가 동지가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뒷담화는 일종의 습관이다. ‘다르다’는 것과 ‘틀린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이유로 험담을 하는 것은 결국 내 인격을 피폐하게 만든다.

 

 여성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엘이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이라는 책에서 “나선 이론”을 피력한다. 곧,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소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느끼면 침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뒷담화를 할 때에 동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마음까지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뒷담화는 메아리처럼 내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중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있는 그 무엇을 미워하는 것이지”라고 지적한다.

 

 뒷담화를 삼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