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해 지고

by 관리자 posted Sep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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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만남이다. 만남을 통해 사는 맛을 알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만남을 통해서는 상처를 받으며 깎이는 과정을 경험해야만 한다. 빛이 영롱한 도자기를 만난 적이 있는가? 도공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눈물겹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되는 ‘흙’이 필요하다. 흙이라고 다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토’가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는 ‘도토’가 도공에 손에 들어 갈 때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채토한 흙은 그대로 쓸 수 없고 수비 과정을 거친다. 이는 흙 속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마당에 웅덩이를 파고 물을 이용하여 고운 분말을 앙금을 일으켜 두멍에 채우는 것이다. 한 두멍이 차면 잘 섞어서 말림 판에 퍼내어 적당히 햇빛에 말린다. 적당히 마른 흙을 거두어 모아 발로 밟아야 한다. 흙 속에 있는 공기를 빼내어 기물을 만들 수 있도록 ‘물렁물렁’하게 손으로 주물러 꼬막을 만든다. 이 과정을 ‘토련’이라고 한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된 흙을 물레에 얹어 중심을 낮춘 다음, 물레를 발로 돌리면서 원하는 형태를 속이 비도록 손으로 만든다. 성형이 끝난 그릇은 적당히 마른 후 굽을 깎고 다듬어서 무늬를 장식하게 되고 유약을 바르게 된다. 이렇게 형태가 만들어진 그릇은 굽는 과정에 들어간다. 섭씨 900도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재벌에서는 무려 1300℃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불을 끝마친 가마가 식으려면 약 2~3일 정도 걸리는데 이후 꺼내어 선별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이 도공에게는 가장 설레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찌그러졌거나 원치 않는 색상의 작품은 단호하게 깨 버린다. 이는 장인정신의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려면 만남의 과정을 잘 소화해야만 한다. 지구촌에는 현재 80억명이 한 시대를 같이 엮어가고 있다.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생각도 다 다르다.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사람 구경이다. 그래서 공항에 가면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가보다. 똑같은 눈 둘, 코 하나, 귀 둘, 입이 하나인데 그렇게 생긴 것이 다른지 신기하기만 하다. 게다가 손가락의 지문이, 눈의 수정체도 다 다르다. 목소리 조차도 말이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는 것 때문에 힘들어 한다. 심지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당을 만들고 패를 나눈다. 사실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에 성숙해 가는데 말이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 정을 주고 살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 때문에 실망하여 넘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나와 같은 사람, 나와 잘 통하는 사람만 만나는 인생에게서는 성장을 기대 할 수 없다.

 

 시련이 없는 인생은 없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려서 항상 웃고 사는 인생도 없다. 부딪치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상처받고 힘들어하며 사람은 성숙해 간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대개 마음씀씀이가 넉넉해 진다. ‘그럴수도 있지. 무슨 사정이 있겠지?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나?’ 이해가 되는 것이다. 중년이 깊어가고, 노년에 접어들면 자꾸 세월을 반추하게 된다. 아쉬운 순간이 애처로이 다가오는 때가 그 시기이다.

 

 그런 분에게 한마디 건네고 싶다. “그런 도전과 변화에 적응해 가면서 당신은 이미 큰 사람이 되어있노라고. 미국 한 복판에서 세계를 가슴에 품고 사는 당신이야말로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라고. 시각(視覺)을 수평으로 하지 말고 수직으로 인생을 바라보아야 한다.

 

 봄에 새싹이 돋아나고 새움이 트고 줄기가 솟고 꽃이 피어나듯 그렇게 세월의 흐름 속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고 만남을 통해 우리 인생 이야기를 엮어가게 하셨다. 온 들판에 가을 색깔이 뿌려지는 이 계절에 우리는 장렬하고도 과감하게 자신의 삶을 마감해 가는 들판의 함성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너무 욕심내지 마라! 너무 실망하지 마라! 너무 자만하지도 마라!’ 우리 모두는 이미 “심히 아름다운 존재”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