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진

by 관리자 posted Mar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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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jpg

 

 

 “옥한흠 목사님”(사랑의 교회 원로)이 세상을 떠나 하관예배가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옥 목사의 차남 ‘승훈’씨가 “아버지의 관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동석한 1,000여명의 성도들은 저으기 당황했다. 집례하던 담임 목사는 “별난 하관식”이라며 ‘승훈’씨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유족인 “김영순 사모”와 아들 “성호 · 승훈 · 성수”씨가 관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는 사모님이 관 곁에서 ‘부부 사진’까지 찍었다. 어찌하여 가족사진을 장례가 진행되는 중에 찍어야 했을까?

 

 ‘승훈’씨는 조문객들에게 아버지의 관 곁에서 ‘가족사진’을 찍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그는 “‘왜 하필 아버지의 관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느냐?’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교회 일에 바쁘셨던 아버지였기에 우리에겐 가족사진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가족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한마디를 던졌다. “목사님들이 목양도 귀하지만 아내와 자녀들의 아픔을 알고, 교우뿐만 아니라 가족도 품어야 합니다.” ‘제자훈련’과 “사랑의 교회”를 굴지의 교회로 성장시켰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장의 가족사진도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사진이 참 귀했다. 카메라를 갖는 것은 상상을 못했고 어쩌다 가족사진을 남기려면 사진관을 찾아야만 했다. 그것도 보통 가정에서는 상상조차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세대는 변변한 가족사진조차 없는 것 같다.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중류는 되었음에도 아주 어린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많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가족사진이 전혀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다행히도 색 바랜 흑백사진 속에 담겨있는 아버지, 엄마의 모습이 간간히 일어나는 그리움을 달래준다.

 

 나는 아들이다. 경찰이신 아버지가 전근을 갈 때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적응해야했다. 그때마다 자라가는 내 사진을 아버지는 카메라에 담아주셨다. 그래서인지 누이와 나만 찍은 사진만 있다. 그러다가 여동생이 태어났다. 그런데 동생사진은 아예 없다. ‘남아선호사상’때문일까? 성인이 되고 결혼을 했다. 결혼과 신혼여행 사진이 익숙해질 무렵. 첫아이가 태어났다. 산부인과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연신 갓 태어난 아가를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둘째 아이는 태어났을 때에 사진이 없다. 그런데 물어보면 어느 가정이나 거의 그렇단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4살, 1살) 담임목회를 시작했다. 내게 가정은 안보였다. 내 머리에는 오직 교회와 성도들만 있었다. 부활절, 여름성경학교, 교인수련회, 추수감사 찬양제등, 교회 이벤트가 있을 때 곁다리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상담학 졸업을 하면서 앨범에 가족사진을 싣게 되어 모처럼 사진관에서 자취를 남겼다. 풋풋한 초등학생의 모습으로 아이들이 책상맞은편 사진액자에 전설처럼(?) 웃고 있다. ‘저런 때가 있었던가?’

 

 20년 전, 절친 목사님 댁에 초대를 받았다. 눈에 띄는 것은 식탁받침 유리판에 끼워 넣은 가족사진들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식사 중에 사진을 보며 그때 추억을 되새긴단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아이들이 귀엽고 예쁜 어린 모습으로 그냥 있었으면 좋으련만 무섭게 성장을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3년마다 가족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사진 속에 추억이 있다. 사연, 감사, 감격이 숨어있다. 더 늦기 전에 폼 나는 가족사진 한 장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 사진속에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일어서다 외로운 어느날 꺼내본 사진속 아빠를 닮아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속에 미소띈 젊은 아가씨에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 꽃 피우길”♪“김진호”(SG워너비)의 노래 <가족사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