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벨리에

by 관리자 posted Jun 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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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라 벨리에.jpg

 

  이 영화의 스크린이 열리면 주인공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扮)가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을 달린다. 분홍색 헤드폰이 인상적이다. 16세 소녀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다. 젊음의 강점은 바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이다. 생동감이 넘치고 ‘아, 정말 예쁘다!’는 느낌을 끌어내며 첫 장면부터 매력발산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왜 자전거일까? 젊음의 강점은 자전거의 두 바퀴 같지 않을까? “호기심과 자신감” 그래서 청춘이다. 하지만 “폴라 벨리에”는 자신감 대신 “책임감”의 바퀴를 달고 살아간다.

 

 그녀의 부모는 모두 청각장애인(농인)이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까지. “폴라 벨리에”는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젖소가 송아지를 낳을 때에도 벨리에가 수화통역을 하며 돕는다. 치즈를 팔 때에도 벨리에가 없으면 손님이 원하는 치즈를 보여줄 수도 팔수도 없다. 그런 벨리에가 학교 합창단에 선발된다. 벨리에는 그때에서야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 와중에 만난 남친 “가브리엘 세브뇽”을 통해 사랑의 눈을 뜬다. 결국 합창발표회에서 듀엣을 하게 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영화다운 약간은 농염한 대사와 장면이 있지만 결코 거북하지 않다. 청춘은 아름다우니까!

 

 이 영화의 신선한 매력은 장애인 가족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벨리엘을 제외한 온 가족이 청각장애인이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는다. 비리를 일삼는 시장을 맞서서 아빠는 시장 출마를 결심한다. 장애를 결코 장애로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개성으로 해석한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피부가 검은 것은 ‘검다’는 개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해석한다. 시장에 출마를 만류하는 딸에게 “내게 장애는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당당히 대답한다.

 

 드디어 “폴라 벨리에”가 “오디션을 보기위해 파리로 떠난다.”는 소식을 알린다. 온 가족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가족들은 “우리를 버리고 도망을 가려 한다.”고 역정을 낸다. 딸이 없으면 모든 것은 ‘올 스톱’되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가족 간의 노골적인 갈등은 시작된다. 엄마, 아빠는 “폴라 벨리에”가 처음 태어났을 때를 회상한다. 자신들이 둘 다 청각장애인이기에 딸도 당연히 청각장애인이 태어 날 줄 알았다.(참고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선천청각장애인일 경우 자녀는 거의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비장애아가 태어난다.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 부부는 달랐다. 딸이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당당히 가족의 일원‘이 되길 바랬던 것이다. 언뜻 이해가 안가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방해물은 ”가족“이다. “폴라 벨리에”는 밤잠을 설치며 고뇌한다. ‘과연 가족을 등지고 꿈을 향해 파리로 가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꿈을 과감히 접어야 하는 것일까?’ 드디어 학교 합창단 공연이 열린다. 초대를 받아가지만 오직 세 식구만 무감동이다. 영화는 그 효과를 느끼게 하기위해 잠시 소리를 꺼버린다. ‘느끼지 못하고 감동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으리라! 멀뚱히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일어나 열광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고민하며 생각에 잠겨있는 딸에게 다가가 아빠는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한번 들려 줄 수 있겠냐?”고 요청하고 “폴라 벨리에”의 목을 감싸고 울림을 통해 그 감동을 느껴보려 한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자식 이길 부모 없다.”고 결국 가족들은 딸이 오디션하는 파리까지 동행하게 된다. 가족들을 향해 “폴라 벨리에”는 오디션에서 “비상”이라는 곡을 부르며 마음을 표현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해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飛上)하는 거예요> 선율이 아름답다.

 

 이 영화는 “부모가 자녀를 안아야 할 때와 밖으로 내보내야할 시기를 예민하게 알라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장애는 개성이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