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향취 5/1/2013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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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고속철도 ICE(이체)를 이용해 프랑스로 향했다. 길이라도 잃을까봐 기차 좌석에 앉는 것까지 확인하고야 내려가는 나기호 목사님의 사랑이 눈물겹다. 그렇게 3시간 20분을 달려 밤 8시경 “빠리”에 도착하였다. 옆자리 중국계 프랑스인의 조언을 들으며 역을 빠져 나아가는데 미리 대기하고 있던 ‘케빈 형제’가 저만치서 손을 흔든다. “와! 드디어 빠리다.” 나만이 아니라 빠리는 누구나 한번은 오고 싶어 하는 로망의 거리이다. 특히 여성들은 ‘명품’이 즐비한 이곳을 더 갈망할지도 모른다. 어느새 ‘루이비통’이 스쳐가더니 ‘쁘렝땅 백화점’의 네온사인이 눈을 자극해 온다.

빠리의 밤은 정겨웠다. 저만치 보이는 에펠탑의 화려한 불빛이 앞으로의 여행이 얼마나 풍요로울지 암시하고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신묘한 조각품이 여기가 빠리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그리 크거나 넓지도 않은 거리이지만 차가 방향만 바꾸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온갖 건물들과 예술품을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이 빠리였다. 많이 피곤했다. 빠리침례교회에서 마련 해 준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그곳에서 캄보디아 선교사 최종현 목사님 부부와의 만남이 이어졌고 한없는 예수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다음날, “루브르 박물관.” 관람에 나섰다. 프랑스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나라였다. 박물관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장애인인 나는 줄을 서지 않고 맨 앞으로 나아가 동반자와 함께 박물관에 무료 입장 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미술작품을 마주하게 될 기대감에 뜻 모를 경외감이 고개를 내어밀었다. 드디어 마주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모나리자.” 수없이 보아왔지만 루브르에서 마주한 그녀의 신비한 눈빛에 전율이 밀려왔다. 우수에 가득 찬 눈빛은 무엇을 말하려는 듯하다가 끝내 야무지게 입을 다문 인상이다. 어느 방향에서 마주쳐도 나를 놓치 않는 모나리자의 미소에 한참이나 젖어있었다.

밀로의 “비너스”상. 그리고 사모트라케의 “릴케”상. 그밖에 수많은 작품들을 진품으로 강상하는 감격을 온종일 맛보았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숨은 비화에 고개를 ‘끄덕’였고, 화가의 애환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한 폭의 그림과 조각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했는가를 깨달으며 작품 속에 예술가들의 혼과 인생이 배여 있기에 그 가치는 무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빠리는 예술의 도시였다.

수요일 저녁에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빠리침례교회”(이상구 목사 시무)에서 설교를 하였다. 유럽밀알 부이사장이신 이 목사님은 강단을 내어주었고, 빠리 한복판에서 열정적인 설교를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유럽의 한인 성도들은 순수하고 맑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날 찾아간 개선문 앞에서 개선장군처럼 두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었다. 에펠탑에서도 줄을 서지 않고 할인구매한 입장권을 내어밀며 선두로 올라갈 수 있었다. “와, 내가 에펠탑에 올랐네!” 시야에 들어오는 빠리 시내, 석양을 마주하며 서서히 변해가는 야경은 신비 그 자체였다.

‘샹들리제 거리’ 그리고 빠리를 떠나기 전날 밤에 들렀던 몽마르뜨 언덕의 피아노 생음악 카페. 빠리 이야기를 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빠리를 뒤로하고 독일 퀠른행 고속철도에 몸을 실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부퍼탈 한인선교교회”(나기호 목사 시무) 가족수양회를 인도하기 위해서이다. 20일(토)-21일(주일)로 이어진 부흥회를 인도하며 멀리까지 나를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더듬을 수 있었다. 수 십년전, 간호사로 이민을 오셔서 독일남편과 가정을 꾸미신 老 권사님으로부터 음악공부를 위해 유학을 온 어린 학생들까지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은혜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이제 스위스로 향한다. 하지만 유럽이야기는 여기서 줄이려한다. 약한 자를 들어 영광 받으시기를 기뻐하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격하며 모처럼 찾아온 유럽의 파란 하늘에 나만이 아는 그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