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여, 늙은 남자여!

by 관리자 posted Nov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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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jpg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말하다 막히면 너 몇 살이냐?”고 물어온다. “소통을 하지 않고 호통을 친다.” 그럴까?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남자들의 자화상일까? 우리가 한창 젊을 때에 나이가 든 분들을 꼰대라고 불렀다. 심지어 친구 아버지를 부를 때도 꼰대 잘 계시냐?”고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꼰대가 되어 있었다.

 

 “황현승”(56)씨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장이었다. 1995년 결혼할 때 아내에게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을 세 번 복창시키며 조련(?)을 했다. 늘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폭력적이었던 남편을 아내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아내는 결혼생활 10년 만에 새가 되고 싶어요!”라는 문자를 남기고 집을 나가 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황현승 씨는 변했다. 이제는 빨래도 개고 제사 땐 장도 보고 전도 부친다. “배동익(67) · 김정희(58)” 부부는 평생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해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내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며 주도권이 기울어가는 것을 간파했다. 힘든 시간을 지혜롭게 감당하며 모든 것을 수용하기로 마음먹고 삶의 태도를 바꾸었다. 그래서 여전히 좋은 부부사이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부드러워져야 한다. 그래야 장수하고 건강하며 주위사람들도 편안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 원리를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여전히 꼰대로 살려한다. 결국 다 잃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했다. “한번 성하면 반드시 멀지 않아 쇠해짐이요.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릴 때 아버지는 마징가 Z’였다. 능력도 짱! 포스도 당당하셨다. 무엇하나 약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분은 능력자였다. 하지만 노년에 접어들며 평생 근무하던 경찰직에서 물러선 아버지의 어깨는 초라할 정도로 작아보였다. 그리고는 어느 날 먼 길을 훌훌떠나버리셨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져줄 때는 한발 물러서주고 아량을 베풀어야 어른이다. 그것은 결코 약해져서가 아니다. 삶의 원리요, 인생의 법칙이다. 1년 전, 아이들이 너스레를 떨며 도전해 왔다. “아빠, 제발 밥 먹고 있을 때에 물 떠오라고 하지 마세요!” 기가 막혔다. ‘아니, 아빠가 물을 떠오라는데 불만을 가져?’ 아이들의 논리는 정연했다. ‘한창 밥을 먹고 있다가 물을 뜨러 가면 밥맛도 떨어지고 분위기도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아빠가 하는 말에 토를 달지 않던 아이들이 장성하자 당당히 개선을 요구해 온 것이다.

 

 요사이는 졸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나이 든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결혼 형태다.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황혼이혼과는 차이가 있다. 졸혼 상태의 부부는 혼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산다. 별거하는 부부도 있으나 대개 정기적으로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부부 사이에 불화로 인해 헤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동안 자녀를 키우면서 누리지 못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묘한 용어이다.

 

 언뜻 듣기는 그럴듯해 보인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강성을 유지하려는 남편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묘책인 듯도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혼시절에 순한 양 같은 모습을 상실한 채 무섭게 대시하는 아내를 피해 망중한을 즐기려는 묘안인 듯도 싶다. 여하튼 어쩌겠는가? 이제 꼰대시대는 지나갔다. 납작 엎드려야 한다. 비겁해서가 아니다. 지혜로워져서이다. ? 지금 밥 먹다가 목이 메어 스스로 물뜨러 정수기로 가고 있다. 아이들이 웃고 있다. 그래도 행복하다. 나는 꼰대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