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긴장감 8/31/2013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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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삶의 긴장감에 대해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호락호락’하던가? 평안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삶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긴장감 속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그때 신앙의 유무가 판가름 나고 성공실패가 갈려진다. 극한 긴장감은 건강을 해치는 위험이 있지만 사람은 모름지기 삶의 긴장감이 있어야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다. 그날이 그날 같은 삶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만들고 지루하게 한다.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웅변을 했다. 단 ‘7분’이라는 시간에 모든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해야 하는 웅변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고를 준비하고 외우는 작업부터 세 번의 클라이맥스를 피를 토하듯 쏟아내야 한다. 처음에는 잠잠하게 시작을 하다가도 점점 피치를 올려서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를 한손으로, 나중에는 두 손을 뒤로 젖혔다가 힘껏 앞으로 내어밀며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처음에는 선배에게 지적을 받고 나중에는 지도 선생님에게 혼이 나며 연습은 반복된다.

긴장은 되지만 그 시간은 개성 넘치는 선후배 연사들의 모습을 보며 흥미 있게 진행이 된다. 기억나는 선배는 마치 신파를 연출하는 변사처럼 웅변은 했다. 목을 잔뜩 눌러 괴상한 발성으로 핏대를 세우고 웅변을 했다. 어떤 친구는 전혀 발성연습이 안된 나약한 목소리로 마치 여성이 하는 것 같은 나긋나긋함으로 웅변을 했다. 나도 처음에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때의 웅변주제는 주로 “반공, 안보”였다. 따라서 아주 강력한 발성법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표현이 잘 안 되었다. 실로 피나는 노력 끝에 학교대표로 뽑혀 각종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순번을 기다리며 단상 뒤에서 웅변하는 연사를 바라보는 시간은 실로 피를 말린다. 그때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드디어 단에 오르고 평상시 연습한대로 웅변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구석구석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오고 강력한 외침 속에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를 들으면 그 날의 순위를 짐작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솔직히 내가 뛰어난 웅변가는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다. 한 가지 어릴 때부터 웅변을 한 덕분에 많은 사람 앞에 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담력을 얻었고 긴장감을 기분 좋게 풀어나가는 경지(?)를 터득했음이 감사할 뿐이다.

지나친 긴장은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평안한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적당한 긴장감은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삶이 느슨하거나 해이해지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주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며 살고 있다. 바로 ‘설교’이다. 한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님은 항상 같은 교인들을 만나지만 나는 매주 다른 교회, 다양한 성도님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한다. 주일을 준비하며 긴장을 하고 강단에 오르기 전에도 긴장을 한다. 교회 강단에 서서 설교하기 어느새 35년. 하지만 설 때마다 긴장을 하는 것은 설교는 사람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자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목회자만 그럴까? ‘기타’ 줄이 풀어지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음에 맞게 조여 주어야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긴장은 필요하다. 사람이 삶의 긴장감을 풀고 느슨해 질 때에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다. 그래서 가끔씩 인생을 긴장시키신다. 하나님이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더구나 골탕을 먹이시려고 그러시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서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어차피 다가온 긴장감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위대한 연주가 되도록 늘 깨어 긴장감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분 좋은 긴장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