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9/9/2013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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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배의 소개로 정신병원장과 마주앉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폐쇄병동에서 생활을 하겠다.”고 했지만 원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환자들은 워낙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사람들인데 “나중에라도 환자가 아닌 작가인줄 알면 ‘우리를 속이고 탐색하러 왔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정 작가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사복을 입고 들어가 작가라는 사실을 밝히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격적인 허락이 떨어진다. 그녀는 “폐쇄병동”에 들어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면서 그들이 받는 프로그램을 받으며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첫날 병동에 들어갔는데 어떤 자매가 다가와 “엄마!”라고 불렀다. 얼마나 당황을 했겠는가? 알고 보니 그 환자는 ‘버킹검 공주’로 불리우고 있었다. 작가는 그날부터 졸지에 여왕이 된다. 공주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부르면 누구든 와야 했다. 사람들은 그날부터 “여왕님, 여왕님!”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 주었다.

작가는 못이기는 척 하며 “국민여러분의 사연을 들어 줄 테니까 다 이야기를 해라.”고 명령(?)을 내렸고 환자들은 마치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자신의 사연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약속한 한주간의 끝인 토요일이 되었다. 그날은 병원에 특별한 날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입금된 돈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배석보호사의 지시에 따라 줄은 둘로 갈라진다. 한 줄은 “사입금”을 소유한 환자들의 줄이고, 다른 하나는 연고가 없어 ‘사입급’조차 들어오지 않는 환자의 줄이다.

작가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번호를 부르면 ‘사입금’으로 음식을 산분들이 앞으로 나온다. 주문한 것을 가져가면서 한 조각씩(피자의 예)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사입금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에 구경만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십시일반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작가도 줄을 선 끝에 오징어 다리 하나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정신 줄을 놓고 사는 병원인 것 같지만 그곳에서도 약자를 위한 배려와 사랑이 계승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신병동하면 여기저기서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무질서한 장면만 연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도 사랑이 있고 질서가 있고 사람냄새가 나는 정이 있었다. 음식배식이 끝나자 술 대신 ‘쥬스’잔을 마시며 소박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인이 일어나 “은하철도 999”를 선창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합창을 하며 “기차놀이”가 시작되었고 작가도 앞사람의 어깨를 잡은 채 한참이나 돌며 춤을 추어야 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분들의 모습은 우리와 똑같았다. 병세가 도져 발병을 할 때는 몰라도 평상시 모습은 너무도 착하고 평범했다.”고. 그러면서 작가는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들이 정신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음을 깨닫는다. 정말 그랬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고 전혀 속일 줄도 모르며 살았기에 배신을 당해야 했다.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면역이 없는 분들이 그들이었다.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다. ‘버킹검 공주’가 다가오더니 “제발 내 한을 풀어 달라.”며 안겨온다. 작가는 대답을 못하고 돌아섰다.

운동장에 나와 걷고 있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3층 베란다에 환자들이 까맣게 붙어서서 “잘가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작가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병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멋진 내용의 소설을 써낸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25살 동갑내기 두 청년의 가슴 아린 사연이 오롯이 책에 담겨있다.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을 문턱에 선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