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옷이 있었다 11/25/2013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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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태초에 사람으로 하여금 옷 없이 살 수 있도록 창조하셨다. 그분이 지으신 에덴동산은 완벽한 파라다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가 범죄 한 후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만든 최초의 옷은 무화과나무 잎이었다. 사랑 많으신 하나님은 그들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다. 그렇게 시작된 옷의 역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천되어 왔다. 사람들은 왜 옷을 입을까? 옷의 근본적인 기능은 “정숙성, 비정숙성, 신체보호, 장식성”으로 요약된다. ‘정숙성’이 옷을 착용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한다면 ‘비정숙성’은 자연그대로의 몸의 매력을 보여 준다는 의미이다.

이제 옷은 보호의 차원을 넘어 “장식성”에 초점을 맞추어가고 있다. 일단 멋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옷매무새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사회 통념을 깨고 파격적인 옷을 입는 사람은 강렬한 우월감을 소유한 사람이다. 자기 치수보다 큰 옷을 입은 사람은 자기과시욕이 강한 사람이고,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입는 사람은 금전욕이 강하고 신경질적이다. 만날 때마나 패션스타일이 바뀌는 사람은 정서가 불안하고 현실 도피성향이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옷이 없다면 제일 살맛이 안 나는 분들이 여성들일 것이다.

여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옷 걱정이다. 평상시에 평온하던 집안분위기가 특별한 외출이 있을 때는 술렁인다. “입을 옷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남편이 볼 때는 입을 옷 투성이인데 말이다. 그때 말 한마디를 잘못하면 지옥을 경험할 수 있음을 남성들은 알아야 한다. “계절은 여성들의 옷으로부터 온다.”는 말은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옷을 입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의미이다.

옷은 곧 그 사람이다. 군대이야기를 하자. 처음 훈련소에 들어 갈 때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간다. 그러나 연병장에 모여 입대식을 하고나면 머리도 삭발을 해야 하고 예외 없이 훈련복으로 갈아입어야만 한다. 입고 왔던 옷은(속옷까지) 스스로 포장을 한다. 6주 훈련이 끝나 갈 즈음, 아들이 군에 입대 할 때 입고 갔던 옷은 부모님들 손에 소포로 전달된다. 그 보따리를 푸는 어머니의 손길은 떨릴 수밖에 없다. 아들의 체취가 그대로 배어 있는 옷을 부여잡고 부모는 또 한번 눈물을 삼킨다.

절친한 “차인홍 교수”의 이야기다. 지금은 오하이오 州 ‘라이트 주립 대학’에서 음악학교수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가 쓴 자서전을 읽어 보면 고통스러운 고비를 많이 넘어오며 산 것을 본다. 그는 나처럼 생후 2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되었다. 그것도 중증 장애로 휠체어를 타야만 했다. 어둠 속을 헤매던 차인홍에게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난다. 바로 그의 아내였다. 부잣집에서 성장하여 피아노를 전공한 아름다운 자매와 사랑을 나누며 그는 새롭게 태어난다. 그러나 자매의 집에서 그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반대도 보통 반대가 아니었다. 극구 반대였다. 가슴앓이를 하던 두 사람은 부모의 동의도 받지 못한 채 가까운 몇몇 친구들만 초청하여 약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차인홍은 곧바로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가 떠나자 처가 식구들은 본격적으로 둘을 갈라놓으려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자매는 어느 날 핸드백 하나 ‘달랑’ 들고 미국으로 날아오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당장 입을 옷이 없었다. 아내는 한국에 부모님께 용기를 내어 전화를 드렸고, 얼마 뒤 장모님께서 소포를 보내 오셨다. 아내의 겨울옷이었다.

그 옷을 받았을 때에 차 교수의 아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옷을 챙겨 보내신 장모님 심정은 또 어떠하셨을까? 딸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추운 겨울에 입을 옷조차 변변치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옷가지를 챙기셨을 장모님, 그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그의 아내는 얼마나 나 몰래 눈물을 흘렸을까? 화려한 옷을 입어도 추한 사람이 있다. 수수한 옷을 입어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겉에 보이는 옷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옷이 더 귀하다. 물론 옷으로 외모도 가꾸어야하지만 속사람을 잘 단장하여 만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진정한 패션니스트를 오늘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