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정감(情感)

by 관리자 posted Apr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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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jpg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 “아냐, 가만히 들어봐 우리나라말이 아니야호기심을 참지 못한 여성이 사나이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조용히 , 조금만 조용히 말씀하시면 안될까요?” 물었다. 그중에 한 사나이가 대답한다. “? 이기다 니끼가?”(이것이 다 당신 것이냐?) 놀란 여성이 친구에게 달려가 말한다. “맞잖아, 외국사람이야

 

  함경도분과 경상도 분이 서로 마주쳤다. 먼저 경상도 분이 말을 건넨다. “니는 뭐꼬?”(당신은 누구십니까?) 함경도분이 뭐꼬라는 말의 뜻을 이해 못한다. 그래서 되묻는다. “뭐꼬가 무시기?”(뭐꼬가 무슨 뜻입니까?) 경상도 분은 무시기라는 말을 생전 처음들은 모양이다. “무시기가 뭐꼬?” “뭐꼬가 무시기?” 그래서 두 분은 하루 종일 똑같은 질문을 계속했다고 한다.

 

  사투리는 표준어의 반대말이다. 나라는 같지만 특정지역에서 쓰는 말(방언)을 사투리라 한다. 나는 태어나서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경기도에서만 자랐다. 그러다가 서울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지방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였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실로 다양하고 색깔이 뚜렷한 각 지방 학우들을 두루 만나며 사투리에 익숙해져 갔다.

 

  급기야 고향이 전라도인 아내를 맞이하면서 말투가 희한하게 변해갔다. 사실 아내는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자라 사투리를 별로 쓰지 않는다. 반면 장모님은 얼마나 억세게 사투리를 쓰시는지 아내가 통역을 해야 알아들을 정도였다. 장모님의 전라도 사투리가 정겨워 혼자 중얼거리며 흉내를 내기 시작했고,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토종 경기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이나, 충청도 사람으로 오해 받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다.

 

  전라도 말 중에 쪼까”(조금) “긍게”(그러니까) “겁나게”(많이)라는 말이 재미있지만 팔도 말 중에 짠하다”(가슴이 저려온다, 혹은 마음이 무척 아프다)는 말은 그 어느 지방말로도 표현이 안 되는 압권이다. “징혀!”(못마땅해)라는 말부터 전라도 말의 클라이막스는 거시기이다. “거시기는 어디에 갖다 붙여도 말을 매끄럽게 이어나가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야기를 하다가 막히면 거시기로 일단 끌어나가도 되고, 입장이 곤란하거나 표현이 곤란한 것은 일단 거시기"로 대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경상도 말의 매력은 터프함이다. 처음 경상도 분을 만났을 때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모른다. 공연히 억양을 높이는 투가 마치 화난 사람 같았고, 싸우려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사귀기는 힘들지만 일단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는 것이 경상도 분들의 좋은 점이다. 고등학교 때 옆집에 경상도 가족이 살았는데 자녀의 이름을 부를 때 꼭 끝자를 부르는 것이 새로웠다. “가시나” “머스마” “문디부터 고마 쌔리, ” “우야꼬?”까지 경상도 사투리는 다양하다.

 

  사투리하면 충청도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요사이는 많이 빨라졌다고 주장하나, 느린 것에 대한 표현이 많다. 아들이 아버지와 산을 오른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앞에서 큰 바위가 굴러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 아들이 외친다. “아부지, 굴러가 유그러나 이미 돌은 아버지를 상해하고 말았다. 왜 충청도 하면 느리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였는가? 말끝에 가 붙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충청도 말을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넉넉해지는가?

 

  각 지방분들의 언어 약점도 있다. 경상도 분들은 발음이 안 된다. 대표적인 예가 이다. 거기다가 겹모음 발음이 어렵다. 경제를 갱제확실히를 학실히경찰을 갱찰로 부른다. 함경도 말에 특징은 끝에 따라 나오는 말인데 했음둥”(했습니다)이며 그분들도 발음이 안 된다. 그래서 덩거당에 불비티 떰뻑 떰뻑 하누나가 된다. 평안도 분들은 발음이 안 되어 로 말한다. 전화번호가 9656이라면 그분들은 구룩오룩으로 읽는다.

 ‘o' 발음도 안 되어 으로 한다. 그러니까 예배를 네배라고 한다.

 

이렇게 쓰다보면 끝이 없을 듯하다. 사람들은 오늘도 특징 있는 사투리를 안고 정감 어린 인생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