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보며

by 관리자 posted May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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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니 그것 또한 신기하다. 이야기할 때에 가장 바쁜 것은 손이다. 제스추어가 멋진 사람에게 사람들은 매료된다. 손은 알게 모르게 신체의 모든 부분들을 커버하며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손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앞발만 있을 뿐 손은 없다.

 

  손에 대한 말이 많기도 많다. 같은 직종에서 일하며 마음과 뜻이 통하면 손발이 잘 맞는다.’고 한다. ‘손에 붙다능숙해져서 의욕과 능률이 오르다는 뜻이다. 마음이 분산되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교제나 거래를 중단한 경우 손을 끊는다.’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잠시 멈추면 손을 놓는다부정적인 일이나 찜찜한 일에 대해서 관계를 청산하면 손을 끊었다고 한다. ‘손이 빨라는 무슨 일이든 맡기면 시원스럽게 감당해 낸다가 된다.

 

  왜 이렇게 손이 매워?”하면 살짝 건드려도 통증이 심할 정도로 힘이 좋다는 뜻이고, ‘손이 크다는 말은 마음 씀씀이나 돈을 쓰는 풍이 넓고 상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대상을 향해 한번 손을 본다.’는 말은 자신을 괴롭게 했던 것 이상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무서운 뜻이 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나면 마지막에 헤어지며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어원적인 면에서 고통을 받는다.’(受苦)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을 쓰다.’의 뜻이다. 하지만 나는 손이 고생을 했다로 쉽게 해석하고 싶다.

 

  거기에 걸 맞는 표현이 애쓰다이다. 내 친구 중에는 한참 대화를 하다보면 결국 애썼다는 답으로 반응을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친구보다 무척이나 어리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한번더 마주보며 웃게 된다. ‘손이 부족하다, 달리다는 일꾼이 모자란다는 의미이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일이 풀어내기가 복잡하다는 뜻이다. 내가 원하던 것을 성취했을 때에는 손에 넣었다고 한다. 경찰이 범인을 놓치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손에 대한 속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손 안 대고 코 풀기이다. 일을 힘 안 들이고 아주 쉽게 해결해 냈다는 말이다. “농사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비가 자주 올수록 잘된다.”는 말도 있다. “손이 들이굽지 내굽나도 있다. 항상 사람은 피붙이나 동향 사람에게 마음을 더 기울이며 편을 들게 된다는 것이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다” “손이 비단이다.” “손 잰 승()의 비질하듯은 동작이 빨라 무슨 일이나 단번에 해내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손에 땀을 쥐듯아슬아슬하여 마음이 조마조마하도록 몹시 애달다.’는 뜻이다.

 

  섬찟한 표현이 있는데 바로 내 손에 장을 지진다.’이다. 자신의 약속이나 결백을 사람들이 안 믿어 줄때에 비장한 마음으로 내뱉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고기나 채소에 간장을 붓고 졸이는 것처럼 손가락을 끓는 간장에 지진다는 뜻이다. 부엌에서 손을 데어본 경험이 있는 아녀자들에게서 나온 주방 용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다. 영어에서는 이럴 때 “eat my hat”(내 모자를 먹겠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손은 실로 많은 일을 한다. 인간의 역사는 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으로 방향을 가르치고 손으로 지휘를 한다. 이상하게 그 사람이 음식을 하면 감칠맛이 난다. 일명 손맛이다.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눈다. 전해오는 촉감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도 짐작해 낼 수 있다. 평생 무슨 일을 해왔는지도 손에 나타난다. 손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알알이 인생의 자취를 새겨 넣는 것이다. 신체 중에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손이다. 손은 오늘도 인생사 희노애락의 한 가운데에서 삶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손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