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거울 1/11/2014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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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jpg

 

 

거울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두메산골에 사는 한 부인네가 서울로 일을 보러 가는 남편에게 “거울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남편이 사온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거울 속에 묘령의 여자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평소 자기 얼굴을 본 적이 없던 부인은 남편이 여인을 데려온 것으로 오해하며 토라진다. 남편이 거울 속을 보니 웬 남자가 있으므로 아내가 사나이를 원하였던 것으로 알고 분노하였다. 그 일로 부부가 서로 다투다가 끝내는 관가에 송사를 하게 된다. 원님이 그 거울을 들여다보니 관복을 점잖게 입은 사나이가 나타난다. 원님은 신관이 부임한 것으로 알고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거울”이란 말보다 “색경”이란 말을 썼다. 어머니는 항상 “색경, 어디갔냐?”라고 하셨다. 아마 옛날 청동으로 된 거울을 ‘쇠경’이라 부른 것이 유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 귀하게 쓰는 거울에는 그림이 들어갔다. 기억하기는 ‘학, 소나무, 호랑이 등’ 이 멋들어지게 들어앉았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그 당시에는 방이나 마루 한켠에 액자처럼 자리를 잡고 드나드는 가족들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지금은 거울이 흔해서 조금만 흠이 생겨도 내다버리지만 그때는 깨어진 유리를 다양하고도 쓰임새 있게 적재적소에 활용하였다. 아버지가 아침마다 면도를 하시는 마루 기둥부터 다락이 내려앉은 부엌 모서리까지 깨진 거울을 붙여놓았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지금 모습을 확인한다. 남자들이 거울을 보는 모습은 털털하다. 지나치듯이 본다. 하지만 여성들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옆으로 서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통상적이 습관을 가지고 있다. 중병에 걸려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누가 병문안을 온다고 하면 거울부터 찾는 것이 여성이다. 여성들의 핸드백 속에는 기본적인 화장품은 물론이고 자그마한 손거울이 들어있다. 식당에서 식사가 끝나면 ‘치아에 이물질이 끼었나?’ 손거울로 확인을 하고 립스틱을 바를때에 거울을 보고 입술을 “빡빡” 마주치며 비벼주는 모습이 앙증맞다.

거울이 없다면 여성들은 살맛이 안 날 것이다. 아니 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거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틈만 나면 여성들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얼굴과 옷매무새를 점검한다. 거울과 대화를 하는 여성들도 많다. 거울에게 넋두리를 하고는 스스로 대답을 한다. 거울 속에 비추이는 자신의 모습이 아름다울 때에는 “멋있는데. 정말 예쁜데!”하고는 스스로 멋쩍게 웃는다. 기대에 못 미칠 때에는 혀를 차며 안타까워한다. 모르긴 몰라도 여성들은 거울만 있으면 하루 종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지낼 수 있는 감성을 지닌 것 같다. ‘탱탱’하던 얼굴에 잔주름이 잡히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실감 날 때에도 이렇게 외친다. “싸라있네!”(살아있네)

거울은 전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카지노’에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시계, 창문, 거울”이다. 시간(시계)과 자연(창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거울이 없음은 “자기성찰”을 못하게 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 사람의 심성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신기하고도 신비하다.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내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은 마음이 순수해 질 수 밖에 없다. 전혀 거울을 안보는 여성보다 자주 들여다보는 여성들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도 거울이다. 아내는 “안의 해”(inside Sun)이다. 아내가 웃어야 집안이 평안하다. 엄마가 웃어야 가정이 행복하다. 여성들이여! 웃자.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자. 가족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안겨주는 여성들이 늘어갈 때 세상은 천국이 되어 가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