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십니까? 3/3/2014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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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엇인가? 맛을 보는 것이다. 입맛이 있고 살맛이 있다. 입맛에는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신맛, 아린 맛등 다양하고 미묘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사람에게 어떤 한 가지 맛만 누리라고 하지 않으시고 달고, 쓰고, 시고, 짜고, 맵고, 싱겁고, 떫고, 텁텁하고, 후끈하고, 고소하고, 구수하고, 상큼하고, 화끈하고, 아리고 등등의 갖가지 맛들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셨다. 이 여러 맛이 적당히 어울려 독특한 맛을 내어 입맛을 돋우고 몸을 살리고 생기로 충만케 해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은총 중의 은총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맛보다는 양에 승부를 걸었다. 많이 먹을 수만 있다면 행복했다. 영양가는 없고 배부른 것만 좋아하다보니 몸은 말랐는데 ‘맹꽁이 배’처럼 배만 볼록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 시절에 소원은 하얀 이밥(쌀밥)에 괴기국(고기국)을 먹는 것이었다. 그때는 거의 보리밥을 먹고 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주 방귀가 나와서 난감한 일들이 자주 벌어졌다. 반찬 중에 입에 착착 붙는 음식은 별로 없었다. 거칠고 쓰고 처음 보아서는 젓가락이 쉽게 가지 않는 음식이 주를 이루었다.

요즈음은 어떤가?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맘만 먹으면 계절에 관계없이 원하는 음식을 얼마든지 구입하여 섭취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단맛과 고소한 맛만을 좋아한다. 입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먹게 된 것이다. 쓴맛과 떫은맛, 신맛이 나는 음식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노인병으로 분류되었던 당뇨가 나이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입은 길들이기에 달렸다. 사람들은 오늘도 입맛이 확 땡기는 음식을 찾아 헤매이고 있다.

영화배우 “최민수”는 기인으로 통한다. 그는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절식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 맛있는 것만 먹다보니 음식이 귀한 줄 모르고 고귀한 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란다. 한 달 동안은 거의 음식을 끊고 산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사람을 만나는 일도 뜸하게 되고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한다. 그 기간이 끝나고 나면 평범하게 느껴지던 모든 음식이 새로운 미각으로 다가온다나.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입이 좋아하는 것만 먹다보니 여자들이 출산할 때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남자들은 참을성이 부족해졌다. 더운 여름이 되면 더위를 먹어 입맛을 잃었다는 사람들을 본다. 입맛이 없으니 사는 재미까지 없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입맛을 잃었을 때 아주 쓴 익모초를 한 사발씩 먹었던 기억이 있다. 조상님 네들의 슬기 중의 슬기이다. 아주 쓴맛을 보아야 제 입맛이 제대로 돌아올 줄을 알았던 것이다.

사는 맛인 살맛도 마찬가지다. 살맛이 없다고 한다. 살맛을 잃었다고 한다. 이럴 때 약은 하나다. 정말로 쓴 약을 한 번 들이켜 마셔봐야 한다. 그 어떤 조미료도 타지 않은 쓰디쓴 약을 먹는 길이 인생의 살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하늘의 길이다. 예수가 낸 그리스도의 맛은 광야의 시련과 십자가라는 쓰디쓴 약을 첨가제 하나 넣지 않고 그대로 들이킨 다음에 나온 맛이다. 이것은 인생의 원칙이다.

고통이라는 쓴맛, 고난이라는 신맛들을 봐야 인생의 살맛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정신과 얼이 차려진다. 말씀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에는 맛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단지 내가 그 본래의 맛을 못 느낄 뿐이고 또 어떤 맛만 느끼려고 하는 편식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선 자기 맛부터 느껴 보자. 자기 맛에 취해 자기 맛을 내는 사람이 살맛나는 사람이다. 살맛을 내니 그 사람을 서로 맛보려고 하지 않을까? 맛있는 사람. 바로 멋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내 맛을 내며 누가 내 맛을 찾아 주겠는가? 맛을 잃은 나는 땅에도 거름에도 쓸 데가 없어서 밖에 내버려진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