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4/12/2014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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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상에 반은 남자이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남자들이 지구의 반을 디디고 살고 있다. 도대체 남자는 누구인가?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은 남성중심의 사회였다. 아버지가 가정의 축이었다. 새 학기에 작성하는 생활조사서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 이름 석자가 자리를 잡았다. 사회전반에 중요한 자리에는 남성들이 자리를 펴고 앉았다. 집안에서 공부를 시켜도 아들이 우선이었다. “감히 여자가?”라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강력한 남성중심의 사회, 남성의 성소가 대한민국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남성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남자인데 남자가 아닌 요상한 세상이 되었다. 어느덧 여성이 유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제 여자와 비교되는 ‘남자’에 대한 탐구는 남녀 모두에게 전공 필수의 과제가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남자가 옷만 이상하게 입어도 놀림거리가 되었다. “남자가 말야!”하면서 확실한 구분을 그었다. 그런데 여성전용으로 여기던 영역에 남성들이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부엌과 남자는 상극이었는데 이제 남자요리사는 흔한 이야기이다.

남성 헤어디자이너부터 명문여대에도 남학생이 들어가 공부를 한다. 여성출입을 금기시하던 육군사관학교에 여학생들이 입학을 한다. 장교로 임관하여 남자들을 호령한다. 어느새 강력하던 남성의 위상은 무너져 내리고 파워풀한 여성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가부장적 나라인 한국에 여성대통령이 등극함으로서 이제 남자들은 설자리가 없다. 평범한 눈이 아니라 예리한 시선으로 남자를 보고 싶다. 강해보이지만 심히 약하고 허세는 부리는데 실속은 없는 남자들의 세계를 돌 맞을 각오로 써 내려가고 싶다.

남자들은 왜 첫 사랑을 잊지 못할까? 그만큼 남자들은 첫 경험에 예민한 탓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들은 과거는 모두 아름다웠던 것처럼 착각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가도 이내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그냥 지나쳐 간 듯한 사랑인데 마치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것처럼 착각을 하며 첫 사랑을 그리워한다. 남자는 싫증을 금방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여자를 떠나게 된다. 남자는 잡은 고기에는 절대 먹이를 주지 않는 악동들이다.

남자들의 대화를 들어보라! 처음에는 점잖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대화의 수위를 조절할 것인가?’를 계산한다. 속된 말로 간을 보는 것이다. 과장법은 기본이고 좌중의 반응을 살피며 모든 면에 우월감을 느끼게 될 때에 남자는 편안해 한다. 대화 중에도 남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존심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대개 “야, 그거 아냐?”로 대화를 시작한다. 안다면 그냥 그렇고 모른다면 “그것도 몰랐냐?”하며 희색이 만연하여 자신이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자랑스럽게 풀어놓는다.

대화 중에 조금이라도 밀린다는 느낌이 들면 강력한 화술을 동원하여 기어코 상황을 역전시켜야만 직성이 풀린다. 실로 괴상한 자존심이다. 여성들은 ‘겨우 저 만한 일로?’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그 일에 사생결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소소한 대화가 오가다가 정치, 경제, 사회, 연예계를 넘나들고 나중에 군대이야기로 대화는 정점을 찍는다.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자동차를 좋아한다. 그것은 어린 아이 때부터 몸에 밴 본능이다. 비싸고 폼 나는 자동차는 남자들의 로망이다. 그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은 흥분하고 만족한다. 고급차가 자신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며 산다.

“내가 누군 줄 알아?” 남자들이 은행, 식당, 관공서에 가서도 외치는 소리이다. 상대하는 사람들이 앞에서는 티를 안내지만 돌아서면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래서 어쩌라고?” 시대는 급하게 여성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남자가 힘을 잃어간다. 아버지의 권위가 별로이다. 그 사실을 알지만 기가 죽어 살아서야 되겠는가? “그래도 남자인 내가 나서야지.” 그러면서 살자! 남자들이여, 힘을 내자! 우리는 남자다. 하지만 남자로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