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으로!

by 관리자 posted Nov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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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신성일.jpg

 

  20139, 우리 시대 최고 소설가인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더벅버리를 하고 청년문화를 외치며 명동 뒷골목을 누비고 다닐때에 그는 진정 우리의 우상이었고 젊은 가슴을 풍성하게 한 시대의 작가였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구성진 목소리가 친근감을 더한다. 그의 소설은 당시 군사독재 시절의 억눌려 살던 우리에게는 청량제처럼 다가왔다. 희한하게도 그의 소설을 70년대에 거의 영화화되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별들의 고향〉〈고래사냥〉〈깊고 푸른 밤〉〈겨울 나그네부터 근래 상도〉〈해신까지 부수기 수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필력은 가족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월간 샘터에서 연재했던 <가족>은 무려 400회 기록을 세웠다. 소설을 시작할 때 철부지 남편이자 아빠로 그려진 작가는 연재하는 동안 환갑을 넘겼고 4, 2살이던 딸과 아들은 결혼해 사위와 며느리를 뒀다. 작가는 암 발병 후에도 연재를 계속했으나 200910월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중단했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작품이라는 그의 말처럼 미완성으로 남았다. 가족을 읽으며 미래의 내가 만들어 갈 스위트 홈을 꿈꾸었었다.

 

  지난 114. 우리 시대의 최고배우 신성일이 유명을 달리했다. 80 고령에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매일 승마를 하고 몸에 좋은 것만 섭취하던 그가 지난해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채 1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석고상 같은 또렷한 이목구비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500여 편의 영화주인공을 맡아 대중의 친구로 살아온 그였다. 하지만 결국 고령과 암의 집요함은 뿌리치지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그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 이미 고인이 된 작가 최인호가 생각났다. 최인호는 68세를 살았다. 그가 떠난 5년 후 신성일이 떠난 것이다.

 

  그들이 오버랩 된 것은 불세출의 작품 별들의 고향때문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소설과 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소설이 발표될 때가 1973. 그러니까 그의 나이 28. 영화가 상영될 때에 74년은 신성일의 나이 37세였다. 야하지만 결코 허접하지 않고 진하지만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 별들의 고향은 산업사회 속에서 도시가 죽인 여자의 이야기다. 영화 별들의 고향”(감독 이장호)50만 명을 동원하며 대흥행을 기록했다. 게다가 싱어송라이터이장희가 음악을 맡은 OST는 골목길 꼬마까지 따라 부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저절로 명곡이 되었다. 두 사람은 그들이 그려놓은 별들의 고향으로 떠나갔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장례는 영화배우 안성기가 맡았다. 최인호 때는 사회를, 신성일 때는 장례 위원장을 맡았다. 최인호를 떠나보내며 안성기는 형의 몸은 앙상하게 말랐지만 천진난만한 눈빛, 미소는 소년 같았다. 어린애처럼 변한 형을 주님이 팔 벌려 안아 달라.”고 했다. 최인호는 카톨릭 신자이다. 반면 신성일은 불교신자이다. 장례 영상에 계속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구성지게 만들었다. 최인호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메모리얼파크에 안치되었고, 신성일은 화장되어 그가 기거하던 영천 성일가 땅에 안장되었다. 최인호는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 신성일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55년을 부부로 살아온 엄앵란에게 수고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그의 묘비에는 배우의 신화 신성일 여기 잠들다라고 새겨졌다.

 

  스타들이 하나둘 떠나간다. 너무도 서러운 시대에 살면서도 그들이 있었기에 그 시름을 잊고 웃으며 그 시대를 지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가요무대>를 보며 심취하던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7080 가요를 들으며 가을 숲을 지난다.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무를 인생은 없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 너도 가고 나도 가야한다. 가는 시간을 감추어놓으신 하나님의 섭리를 감사하며 주어진 오늘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