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앙증맞은 모습부터 송아지만한 개를 능숙하게 인도하는 가녀린 소녀의 모습까지 다양하다. 열린 차창 밖으로 커다란 개가 고개를 내어 밀 때는 ‘저러다가 뛰어내리지는 않을까?’하는 염려도 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개와 함께 동거동락하며 인생을 이어가는 듯하다.
한국도 이제는 많은 가정들이 개를 키운다. 처음에는 흔히 애완견이라고 불리우던 존재가 이제는 반려견으로 신분이 급상승했다. 사람들의 노리개가 아닌 이제는 가족과 상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과 비례하며 한국가정의 17.4%가 동물을 키우고 있다. 인구수로 따지면 1천만명, 즉, 5명중 1명은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인관관계는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그 속에서 인간을 위로해 주는 것은 오로지 반려견 뿐이라는 의식 때문일까? 흔히 듣는 이야기로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애완의 차원에서 반려로 의식이 전환되어지면서 동물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이제는 불임수술, 성대수술을 하고 집밖에 나가면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 아예 집에 가두어 기르다보니 동물의 인성 또한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다. 사료만 준다고, 주인이 쓰다듬고 껴안아준다고 행복해 할까? 미국처럼 넓은 잔디밭을 밟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짖지도 못하며 집안에서 십수년을 쓸쓸히 갇혀 살다가 죽어가야만 하는 동물의 현실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사람에게 받아야 할 위로와 관계를 개에게 의존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문제는 버려지는 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소위 유기견들은 10여 일 간 보호소에 있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 한국에서 비참하게 버려져 네 다리를 잃었던 개가 미국에서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 ‘희망의 개’로 거듭나 화제이다. 골든리트리버 혼합종인 ‘치치’는 올해 4살 된 암컷으로 지난 2016년 초 한국의 지방 도시에서 다리가 철사 줄에 꽁꽁 묶인 채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가 발견됐다. 철사 줄에 단단히 감겨 있던 다리는 힘줄과 뼈가 보였을 만큼 심각한 상태로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치치는 결국 네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 같은 사연은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퍼져나갔고, 이 영상을 접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사는 엘리자베스 하웰이 ‘치치’를 입양했다. 하웰은 절단된 치치의 다리에 맞는 의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했고, 결국 치치는 새로운 네 다리를 갖게 되었다. 치치는 힘겨운 재활 과정을 거쳐 활발하게 움직이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의족을 차고 재활치료센터를 방문하여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유기견이 미국의 치료견이 된 것이다. 갑자기 장애를 입고 실의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공인치료견(theraphy dog)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치치’가 자신의 네 다리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Never Give Up)”이다.
이러한 치치의 기특한 활동이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면서 올해의 영웅견 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 영웅견 상은 동물구호단체 '아메리칸 휴메인(American Humane)' 주관으로 매년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미국 NBC 방송의 ‘투데이쇼’는 11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의족을 차고 다니며 사람들을 돕는 한국 출신 개 ‘치치(Chi Chi)’가 2018 미국 영웅견 상(Hero Dog Awards)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버려졌던 유기견이 지금은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살 소망을 심는 영웅견이 된 것이다. Never Giv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