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시잖아요? 10/24/2014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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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친밀하게 교제를 나누며 그래서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 되는 자매와 ‘카카오 톡’이 오고가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이제 안 만나면 그만이지!’하고 있는데 남편과 마주치게 되었다. 남자이기에 내편을 들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내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하는 말 “목사님이시잖아요, 목사님이 좀 다르셔야죠.” 정신이 ‘번쩍’났다. ‘아, 맞아. 내가 목사지!’ 그 시간으로 자매를 찾아갔다. “내가 마음을 너무 좁게 쓴 것 같아요. 미안해요. 마음 풀어요.” 손을 내어 밀었다. 마지못해 내 손을 잡았지만 그 시간부터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목사님이시잖아요?” 이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 일반 사람이든, 교회를 다니는 성도이든 목사를 보는 기대치가 있다. 자신들의 삶은 별로이면서도 목사는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들도 못하면서 목사는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목회가 어렵다. 아니 목회자의 인격을 유지하기가 힘이 든다. 지난번 “성도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칼럼을 내보냈다. 오늘은 목사님들 중에는 내 칼럼을 읽는 분이 드문 줄 알고 대범한 글을 쓰고 있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했지만 목사는 마음씀씀이가 넓어야 한다. 아니 깊어야 한다. 그러려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해주는 미덕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교인들이 잘난 꼴(?)을 못 보는 분이 있다. 교회가 자기중심으로 움직일 때 편안해 한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라고 하면서 그 자리에 자신이 앉아있다. 가끔 성도에게 면박을 주기도 한다. 희한하다. 성도들은 자신들이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지지해 주는 목사를 좋아한다. 그러면 목사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설교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목사는 설교를 잘해야 한다. 설교에 몰입해야하고 설교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다른 것은 부수적이다. 지난 겨울, 집에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영하 강추위에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전기는 살아있어서 난로를 여기저기 켜놓았다. 하지만 훈기는 좀처럼 일어나질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일단 센츄럴 히터가 살아있어야 보조 난방기구도 제구실을 다한다는 것을. 그렇다. 일단 목사의 설교가 은혜가 있어야 교회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설교의 은혜가 임하면 다른 부수적인 일들이 파묻힐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성도들이 배고파한다. 배가 고프니까 짜증을 내고 불평이 나올 수밖에.

그렇다고 유창한 설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찍이 신학대학에 다닐 때에 설교학 교수님이 강조하셨다. “설교를 잘하려면 먼저 기도를 많이 해서 은혜롭게 하라! 그게 안 되면 재미있게 하라. 그것도 자신 없으면 차라리 짧게 하라.” 명언이다. 그런데 은혜도,재미도 없고 길기는 마냥 길다. 내가 알기로는 목사들은 다 “자기가 설교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러니까 말이다. 설교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절대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목사는 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자랑을 한다. 그 교회성도에게 직접 들었다. “제발 수석 졸업한 이야기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어느 목사는 자신이 ‘Ph D.’임을 강조한다. 어느 목사는 설교 중에 시사를 끌어낸다. 성도들은 인터넷으로 더 자세히 알고 있는데 말이다. 스포츠, 정치적인 이슈를 꺼내어 혼자 열을 낸다. 성도들은 말씀을 듣고 싶어 한다. 저 심층 깊은 곳에서 터지는 생수를 먹고 싶어 교회에 온다. 공사구분 없이 교회재정에 손을 대는 분도 있다. 가끔 목사가 윤리적으로 실수하는 사건이 터진다. 아량이 넓은 듯한 분이 “목사도 사람이고 남자인데”라고 말한다. 아니다. 목사는 목사다. 따라서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 그런데 한순간 영적긴장감을 풀고 탈선을 한다.

어린 시절에 목사님을 기억한다. 목사님이 지나가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가까이 오면 두려웠다. 내 속에 죄를 다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이다. 그 시절 목사님들은 다 가난했다. 그러면서도 불쌍하리만큼 헌신적이셨다. 그때 목사님들한테서는 희한한 냄새가 났다. 그런 목사님이 사무치게 그립다. 나는 인격적으로 부족하다. 설교도 잘못한다. 쓰다 보니 주제 넘는 소리를 한 것 같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외치고 싶다. “목사님들, 제발 똑바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