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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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저는 고집 없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정작 상대에게 물어보면 “저 사람 고집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고집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정말 고집이 없는 사람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일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대놓고 고집을 부리고, 내향적인 사람은 안보이게 특유의 고집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사람들은 보통 “최씨”성을 가진 분들이 고집이 세다고 한다. “최 씨가 한번 앉았다 일어나면 3년 동안 풀이 안 난다.”나. 그런데 아니다. “안. 강. 최”다. ‘안씨’고집이 최고라는 말이다. ‘최씨’가 고집 센 사람이 된 것도 안씨가 “‘최씨’가 제일 고집이 세다.”고 우겨서 생겨난 말이라는 속설이 있다. 고집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살면서 고집은 필요하다. 이 말에도 ‘흥’ 저 말에도 ‘흥’하는 사람보다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훨씬 낫다. 소위 “장인”이라는 분들의 고집은 대단하다. 전통 가구, 음식, 무형문화재의 주인공들. 그 고유의 것을 지키려는 고집은 존경스러울 만큼 눈물겹다.

문제는 쓸데없는 고집이다. 굳이 고집을 부리지 않아도 될 일을 끝까지 우겨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낭패를 보고야 만다. 엄청난 폐해를 끼치고야 손을 든다. 그 고집 때문에 가정이 불안하고 공동체의 순조로운 흐름을 방해한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는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몰라서”(無知)이고, 다른 하나는 고집 때문이다. 무지로 인해 우리 민족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가? 그런데 그보다 더 큰 해악은 고집이다. 어느 정도하다말면 그만인 것을 끝까지 고집을 피우다 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배 한 척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항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선장의 눈앞에 밝은 불빛이 나타났다. 그대로 가다간 그 불빛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선장은 급히 무선장치로 달려가 상대편 선박에 “항로를 동쪽으로 10도 돌리라.”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몇 초 후에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럴 수 없소. 당신들이 항로를 변경하시오.” 화가 난 선장은 다시 암호문을 보냈다. “나는 해군 함장이다. 그러니 당신이 항로를 변경하라.” 몇 초 후에 두 번째 메시지가 돌아왔다. “저는 이등수병이지만 방향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쪽이 항로를 바꿔야 합니다.” 함장은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솟아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배는 전함이다! 우리는 항로를 바꿀 수 없다! 불응하면 발포하겠다.” 그러자 퉁명스러운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럼 마음대로 하십시오! 여기는 ‘등대’(燈臺)니까요.”

안 되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과거에는 집안마다 형제가 많았다. 우리 세대만해도 최소한 3명에서 7남매, 10남매까지 자녀를 낳았다. 형제가 많다보니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실로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아이들은 가정에서 사회를 배우고 관계를 터득했다.어느 정도 고집을 부려야 돌아오는 것이 있고, 그 도를 벗어나면 ‘매를 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요사이는 핵가족 시대이다. 많아야 셋이고 거의 둘이나 독자 세상이다. 그러니 내 자식이 귀할 수밖에.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부모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세상이 되었다. 고집이 무서운 것은 지나치면 교만과 통하기 때문이다. 고집을 부리는 이유를 들어가 보면‘나 정도면 이 정도의 권리나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위험한 논리가 숨어있다. 자칫 잘못하면 안하무인의 아이로 양육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아이는 외골수가 되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고집스러운 인격을 가지게 된다.

우유부단한 사람보다는 소신이 있는 사람이 좋다. 하지만 소신이 고집이 되고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면 그 고집은 접어야 한다. ‘적당한 고집’-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예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