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심리적, 행동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를 끼치는 행동을 말한다. 중독은 한마디로 자신이 통제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 상태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무서운 것은 어느 순간 자각하며 일정기간 중독행동을 중지하기도 하지만 이내 또다시 중독의 행동을 반복한다.
중독에는 단계가 있다. 첫 번째, 실험적인 단계이다. 중독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나 약물에 대해서 호기심이나 모험심을 감수하면서 약물을 사용하거나 중독의 행동을 시작한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단계이다. 또래집단이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약물이나 어떤 오락에 빠지기 시작한다. 대체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술, 도박, 약물 등에 손을 대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도구적인 단계이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쾌락을 위해서 중독약물이나 중독의 행동에 빠져 들어간다. 네 번째는 습관적인 단계이다. 이 단계에 빠지면 이제 약물이나 도박, 술등의 중독행동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빠진다.
본인들이 중독의 문제를 인식하고 중독행동을 중단하려고 하지만 금단 현상이 일어나서 환상, 환청, 또는 손 떨림, 가슴의 답답함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기에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또다시 중독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는 강박적인 단계이다. 중독의 마지막 단계인데 중독의 물질인 마약이나 술, 또는 도박의 행동들이 없으면 삶을 지탱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나 직장 일을 할 수 없기에 직장에서 해고될 수도 있고,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고 가족에게도 버림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 중독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중독증을 인정해야 한다. 중독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중독자들이 “자신이 마약이나 술, 도박 등의 중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50%는 치유가 되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야한다. 들어가 보면 상처가 중독의 원인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는 부모, 형제, 자매들로부터 받는 상처로 시작하여 혹독한 가난, 외로움, 무시당함, 계속되는 꿈의 좌절 등이 결국 중독에 빨려드는 함정이 된 것이다.
나는 치유 상담을 공부하면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아 놓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상처가 자존감을 좀먹고 약물이나, 술, 쾌락을 통해 그 아픔을 잊으려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중독에 빠지게 된다.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도피의 수단으로 도박에 빠져든 사람들도 만났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상처를 도박으로 땜질하는 임시방책이다.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해야 한다.
중독자들은 성격적으로 보면 의존적이고,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기보다는 회피하고, 아내나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을 전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독자들에게는 중독 행동을 유지하고 강화해주는 아내나 어머니가 항상 존재하기에 겉으로는 큰 소리를 치지만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중독자들에 대한 심리적인 젖줄을 끊어주고 본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신감을 길러주고 독립적인 행동을 할 때 인정하고 칭찬도 많이 해주어야 한다. 중독된 사람을 정죄하기보다 그가 자신의 상태를 심각하게 인정하고 가슴을 열수 있도록 끊임없이 그를 위해 기도하며 품어주어야만 한다. 중독은 빠지기는 쉽지만 벗어나기는 심히 어려운 수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