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처음부터 모든 일이 다 잘되었을까? 아니다. 그들도 상상 할 수 없는 고난을 당했다. 그들이 일반 사람과 달랐던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단하나이다. 어려움이 왔을 때 ‘포기하느냐? 안 하느냐?’이다.
사람은 누구나 순경(順境)을 원한다. 부모 된 심정으로 아이들이 평탄한 삶을 살기를 날마다 기도한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중년이 된 사람은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안 되는 것도 어느 정도지, 그 기간이 길어지면 사람은 지치게 된다. 답답한 일도 어쩌다 당해야지 우리 속담에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식으로 하는 일마다 막히게 되면 견딜 인생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계속되면 이렇게 중얼거린다. “우째, 이런일이?”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 “사마카우추아!” 곁에 사람들은 일이 잘도 풀린다. 그런데 나는 하는 일마다 막히고 꼬인다. 그래서 좌절할 수밖에 없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고교 야구의 매력에 빠져 동대문 운동장(당시, 서울 운동장)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당시 나는 선린 상고 팬이었지만 군산상고 팀을 무척 좋아했다. 군산상고에게 붙여진 닉네임은 “역전의 명수”였다. 그 명성처럼 군산상고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벗어나 경기를 역전 시키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1982년 3월 27일,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한국 프로야구”가 막을 올렸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밝고 건강한 여가선용을" 이란 슬로건을 갖고 삼성, 롯데, 해태, 삼미, MBC, OB 등 6개 구단의 창립총회가 열리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정치적으로 야구를 이용했음인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직접 시구까지 했다. 장소는 동대문야구장이었고, 개막전은 삼성(라이온스)과 MBC(청룡)가 맞붙었다. 나는 서울 연고인 MBC(청룡)의 팬이었다. 경기는 이만수의 첫 홈런을 힘입어 삼성이 5:0으로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7:1까지 벌어져 패색이 짙던 경기는 MBC의 추격으로 7회에 가서는 7:7이 되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연장전에 돌입한다. 10회. 만루의 위기를 맞이한 삼성. 연속으로 볼 2개를 던진 이선희(삼성)는 여차하면 밀어내기를 허용할까 두려웠던지 3구를 직구로 던졌고 이 공을 놓치지 않은 이종도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공은 좌익수 키를 넘기는 역전 만루 홈런. 이선희는 망연자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었고, MBC 청룡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경기장에서 이종도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으며 대다수의 MBC 청룡 팬들은 “이종도!”를 연호하고 프로 야구는 흥행에 흥행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때 가슴 깊이 느낀 것이 있었다.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야구의 묘미는 역전드라마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영원한 패자도 없다. 경기가 언제든지 뒤집어 질수 있듯이 인생에도 역전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실패한 것이 아니다. 경험을 하나 더 한 것이다. 악조건은 결코 우리를 좌절시킬 수 없다. 오히려 나를 더 강인하게 만드는 풀무불이 될 뿐이다.
마지막까지 가봐야 한다. 혹시 지금 극한 어려움 속에서 눈물짓는 분이 계시는가? 지금이 아니다. 나중이다. 다시 시작하자! 일어나 눈물을 닦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느새 역전의 기회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끝나기 전에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