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구두뒤축

by 관리자 posted Feb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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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눈물.jpg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신학대학을 다니던 시절. 언론사에서 유명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결혼 상대자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물론 상위에는 소위 사가 들어가는 직업이 랭크되었다. 과연 목사는 몇위였을까? 18위였다. 공교롭게도 17위는 이발사였다. 그 당시에는 이발사 다음으로 인기가 없는 직업이(부득이 직업이라고 표현함을 양해하기 바람) 목사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요사이 여대생들의 직업 선호도 3위안에 목사가 들어가 있다. 놀라운 일이다. 목사입장에서 기분이 상당히 좋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목사직이 이렇게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에 일단 자부심(Proud)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닌 듯싶다. 과거에 가난하고, 온갖 고생을 하며 희생하던 목사상이 아닌, 화려하고 경제적으로 든든한 대상으로 목사의 이미지가 새겨졌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선배 목사님들의 눈물 어린 목회 회고담을 들어보면 후배로서 너무 호강을 하며 살고있는 것은 아닌지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일제시대 경상도 의령지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산에서 한 목사님이 시골 교회를 방문하였는데 점심 식사 때라 사모님이 비상 양식으로 겨우 한 그릇 밥을 지어 차려 내왔다. 상을 차리는데 5살 된 목사 아들이 밥을 달라고 보챈다. “여분이 없으니 손님 목사님 잡수시고 남으면 준다고 대답을 했다. “다 잡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대든다. “목사님은 점잖은 분이니 다 안 잡수시고 남길 거라고 달래 놓았다. 그런데 목사님이 무척 시장하셨던 모양이다. 밥을 몽땅 물에 말아 깨끗이 잡수시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아들이 울면서 부엌에 뛰어들어와 외친다. “엄마! 목사 저 새끼가 밥에다 물 말아 다 먹어버렸어. 나 밥 줘! 배고파. 엉 엉엄마는 아이 입에 치마 고리를 넣고 함께 소리 없이 울었다.

 

  70년대 어느 목사님이 건물 2층에 세를 얻어 개척 교회를 시작하였다. ‘교인이 언제 생기나?’ 기도하며 있는데 거지가 먼저 와서 구걸을 한다. 없는 돈에 500원을 주었더니(지금의 화폐 가치와는 다름) “누구를 거지로 아느냐?”고 받지 않더란다. 목사님이 하도 화가 나서 거지 멱살을 잡고 부엌으로 끌고 들어갔다. 텅텅 빈 쌀통을 보이며 이 오백원으로 라면을 사서 우리 네 식구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하다가 네가 하도 불쌍해 준 것인데 이걸 적다고 마다하느냐?"고 책망을 했다. 거지가 깜짝 놀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버렸다.

 

  저녁 무렵, 도망 간 거지가 쌀 한 자루와 아이들 간식까지 사 가지고 돌아왔다나! 거지 덕분에 목사님 온 식구가 당분간은 먹을 걱정은 안 하게 되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차마 거지를 보내지 못해 예배당 문간방에서 자고 가라고 했더니 그해 겨울 내내 그곳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그런데 목사님은 희한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거지도 유니폼이 있었다. 아침에 구걸하러 나갈 때는 헌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에 퇴근(?)해서 돌아올 때는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간간히 쌀도 가져오고,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얻어오니, 어느새 아이들은 거지 아저씨 기다리는 희망으로 잠도 자지 않고 거지를 기다렸다.

 

  따스한 봄이 오는 어느 날, 거지는 말없이 떠나버리고 그때부터 교회는 부흥하기 시작하였다. 그 목사님이 눈물을 글썽이며 오늘날도 분명히 까마귀는 있어서 부족할 때 기적으로 채우시는 기적을 베풀어 주신다고 말씀하실 때 이 후배 목사는 함께 손을 잡고 울었다. 사람들은 목사가 화려한 직분인 줄 안다. “항상 대접받고, 강단에서 은혜로운 말씀만 전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사님의 구두 뒤축은 닳고 닳았다.

 

 배가 고파도 복음을 위하여, 외로와도 영문 밖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선배 목사님들의 희생이 오늘날 시온의 대로를 닦아 놓으셨다. 좋은 환경으로 인하여 안일해지기보다 그 은혜 고마워서 오늘 한번 더 무릎 꿇고, 한번 더 양떼를 세심히 살피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