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캠 30년

by 관리자 posted Jun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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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캠프.jpg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심야방송에 엽서로 음악을 신청해 보아도 나올 확률은 희박한 때였다. 클래식에 눈을 뜨며 종로 1가에 위치한 음악감상실 <르네상스>를 찾아 헤드폰을 귀에 장착한 채 스테레오 음악에 심취했다. 고교시절 방과 후에 친구들과 시청 근처에 있는 음악감상실에 둘러앉아 다리를 떨며 음악을 들었다. 뜻도 잘 모르는 팝송을 흥얼거리고 한글로 토를 달아 따라 불렀다.

 

  1990319일 문화방송(MBC)에서 새로운 팝전문 프로그램이 시작을 알린다. 첫 방송 시그널은 비트가 강해 인상 깊게 다가왔다. The Rolling Stones“Satisfaction”Vienna Symphony Orchestra Project가 편곡하여 그 효과는 강렬했다. 놀랍게도 DJ는 배철수였다. 의외였다. 그는 1978년 동양방송 TBC 1회 해변가요제에 그룹 활주로(RUNWAY)의 일원으로 출전하게 되는데 덥수룩한 장발과 콧수염은 당시 파격적이었다. 히피족을 연상하게 하는 그의 외모는 상당히 보기가 거북했다. 그런데 그의 중저음 목소리와 던지는 듯한 멘트, 풍부한 팝 지식과 어우러져 야릇한 매력을 유지하며 롱런을 하게 된다. 2020319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배캠)는 방송 30년을 맞이하며 방송의 한획을 긋는다.

 

  배철수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인생 참 두고 볼 일이야!” 그가 이끄는 그룹은 해변가요제에서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받았다. 희한하게도 같은 해 제2MBC 대학가요제에도 또다시 출전하여 탈춤으로 은상을 받는다. 1979년 송골매를 결성해서 보컬, 드럼으로 본격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1982년 구창모 등 블랙 테트라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송골매는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그 당시 송골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창모의 감미로운 고음 구사와 표현하기 힘든 묘한 멤버의 조화는 그 당시 소녀 팬들의 가슴을 달뜨게 했다. CF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배철수는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웠다고 한다. 학비가 전액 면제되어 응시를 하는데 당시 항공대에 입학한 것을 보면 공부는 잘했던 것 같다. 1983320KBS 2TV <젊음의 행진> 생방송 도중 마이크를 바로 잡으려 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해 방송이 중단되고 입원 치료를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송골매에서 활동하던 그는 돌연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팝 전문 DJ 활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길을 가게 된다. 시청률 1위는 한 적이 없지만 30년을 한결같이 오후 6~8시까지 일상 퇴근길에 길동무로 시청자 곁에서 살고 있다. 시작과 방송 마무리 멘트를 쓰는 김경옥 작가와 30년을 함께 한 것을 보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된다.

 

  635분 즈음 나오는 철수는 오늘코너는 삶 속에서 사소한 것들을 보고 느낀 점, 혹은 교훈이 될 만한 점들을 에피소드 식으로 잔잔하게 풀어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방송 30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나이 36살에 시작하여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것은 경이롭다. 그의 백발과 흰 콧수염조차도 연륜이 묻어나며 멋져 보인다. 배철수는 2004116일부터 K본부 <콘서트 7080>을 진행하며 MC의 저력도 드러낸다. 2018년까지 무려 14년간 사회를 본다. 당시 출연한 가수들은 배철수의 변모를 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로 환골탈태라고나 할까?

 

  배철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PD인 박혜경과 결혼하여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다. 건실한 가장의 모습이 대견하고 언제나 방송 4시간 전에 대기하며 준비한다는 그의 일상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배철수를 보며 몇가지를 깨닫는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된다.” “그의 Pop 지식이 방송 30년을 가능하게 했다면 결국은 실력이 삶을 결정한다” “젊은 날의 자유분방함이 결국 노년의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배캠 방송 30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