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의 세월동안 밀알사역을 감당하며 스스로 놀랄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을, 이토록 놀라운 사역을 46년간 이어올 수 있었을까?’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주님의 능력을 본다. 하나님이 장애인들을 얼마나 끔찍하게 사랑하시는지를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힘겨운 사역이지만 결코 지치지 않는다. 지난 7월 17일~19일까지 캠프가 열렸다. 이름하여 <밀알 사랑의 캠프> 흩어져있던 밀알가족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캠프는 막을 올린다.
어느새 그 세월이 30년이다. 팬데믹으로 3년 동안 정지된 시간을 포함하면 33년째다. 멀리 마이애미 밀알은 비행기로 온다. 아틀란타 밀알은 무려 17시간, 시카고 밀알은 14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한다. 목요일 캠프를 위해 항상 수요일 오후에 출발해야 하고, 토요일에 캠프를 마치고 돌아가면 주일 아침에야 당도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버거운 일정이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은 캠프를 손꼽아 기다린다. 서로 만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로도 사역자들은 보람을 느낀다.
금년에도 600명이 2박 3일 캠프에 동참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 많은 인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중에 2/3는 장애인(장애아동)들이다. 그들을 부축하며 이동하고 곁에서 수발을 드는 봉사자들은 천사 그 자체이다. 집에서는 철없는 10대들이지만 맡겨진 장애인을 Care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칭얼대는 장애 아동을 달래며 식사를 먹이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그림이라 하겠다.
금번 캠프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한 형제(소아마비 장애)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환호하며 그를 부둥켜안았다. 작년 캠프에서 은혜를 체험한 오 집사님은 알츠하이머로 고생하고 계시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거동이 매우 불편한 널싱 홈의 한 형제도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Care하기로 하고 캠프에 동참시켰다.
캠프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믿음캠프>는 성인캠프로 한국어로 진행한다. 반면 <사랑캠프>는 아동캠프로 오로지 영어로 찬양하고 설교도 한다. 금년 믿음 캠프 강사는 워싱턴지구촌교회를 담임하는 “박승진 목사님”이었다. 소년 같은 풋풋한 인상처럼 메시지도 순수하고 진솔했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와 다들 커다란 은혜를 받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의 아픔을 토해낼 때는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금번 캠프의 주제는 <포이에마>였다. 헬라어(그리스어)로 “작품” “창조물”을 뜻한다. 하나님의 창조 사역과 관련하여서는 <하나님의 걸작품>으로 직역할 수 있다. 그렇다.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걸작품이다. 똑같이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작품이다. 그것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고귀한 작품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캠프였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그동안 쓸데없는 자존심과 비교의식에 시달리면서 에너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나를 지으신 하나님 앞에 담대히 나아가는 “자아상 회복”의 시간이 이어졌다.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의 간증이 이어졌다. 어렵사리 임신하여 힘겹게 낳은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았을때에 충격과 그 모든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적응해 갔던 어머니들의 고백에 모두가 숙연해 졌다. 사람은 비슷한 처지에 사람을 만나면 굉장한 위로를 받는다. 사랑의 캠프가 역동력이 있는 것은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이 한 조가 되어 가슴을 나누는 데 있다.
3일동안 이어진 감동과 선한 에피소드를 한 지면에 담기는 너무도 좁은 듯 하다. 분명한 것은 이 땅에는 장애를 가지고도 행복해 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으며, 장애를 가진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사랑의 캠프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지막 날이 되면 모두 얼굴이 환해진다.
금년에도 예수님의 사랑이야기는 그렇게 줄거리를 이어갔다. 약간은 지친 몸을 눕히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참, 잘 다녀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