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들으면 잊어버린다. 보면 기억한다. 행동하면 이해한다.” 그렇다. 듣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는 오늘도, 한 주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온갖 매스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마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기억하는 데는 한계를 느낀다.
나는 전도사 시절, 수많은 부흥회와 기도원 집회에 참석을 했다. 보다 영성있는 설교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설교를 기록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대로 약축해서 써놓았다. 시간이 지난 후 들여다보니 전체적 골격은 기억이 나는데 그 당시 웃고 울었던 예화가 무슨 이야기인지 감감했다. 이후부터는 강사가 설교 중에 드는 예화를 속기록처럼 자세하게 적기 시작했다.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만이 뼈에 새겨지고 피가 되어 흐른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붙잡아야 한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삶은 지저분한 책상과도 같다. 아무리 좋은 자료가 있어도 어지럽게 쌓여 있으면 쓸 수가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흩어져 있으면 파워가 나올 수 없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정리 정돈을 잘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리’라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토니 브잔’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세계적인 교육가이자 심리학자이다. 그가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다빈치의 노트에는 그림과 글씨가 얽히고 설킨 채로 가득 차 있었다. 언뜻 보면 난잡해 보이는데 그 속에는 놀라운 질서가 숨어 있었다. 다빈치는 자신의 머릿속을 그림과 단어로 펼쳐 놓으며 생각을 자유롭게 연결하고 확장했는데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생각의 지도’였다.
브잔은 다빈치의 이러한 방식을 현대적으로 체계화했다. 그것이 바로 ‘마인드맵(Mind Map)’이다. 마인드맵은 단어와 이미지, 선과 색을 활용해 생각을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도구이다. 한가운데 주제를 두고 가지가 뻗어나가듯 관련된 생각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눈앞에서 질서 있게 펼쳐진다. 마치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정리되어 표출된다.
마인드맵은 단순한 공부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이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삶은 복잡하게 흐트려 놓는다. 냉정히 들여다 보라! 문제 자체가 큰 것이 아니다.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커 보이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설거지를 즐겨하게 되었다. 아마 우리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기절초풍을 하실 것이다. ”어디 남정네가 부엌을 드나드느냐?“고. 처음에는 아내가 안스러워 시작했는데 이제 그 재미가 쏠쏠하다. 온갖 그릇이 싱크대에 쌓인다. 차분히 하나씩 씻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 많던 식기가 정리되고 성취감이 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사람은 감정이 뒤엉켜 있을 때 작은 일에도 흔들린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각과 감정을 혼돈하며 산다. 하지만 불필요한 감정을 옆으로 밀어내다 보면 핵심이 드러난다. 화를 다스리는 것, 슬픔을 이겨내는 것도 결국은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삶을 정리한다는 것은 곧 나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공자의 말로 다시 돌아가 보자. “행동하면 이해한다.” 정리는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정리가 되어야 행동이 명확 해 진다. 행동 속에서 비로소 삶을 이해하게 된다. 듣고 본 것만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그러나 정리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 진정한 삶의 지혜가 생긴다.
자, 여기 모래와 돌이 있다. 투명한 큰 그릇이 앞에 놓여있다. 무엇부터 담아야 할까? 돌이 먼저이다. 모래는 그 이후에 사이사이에 쏟아부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 본질을 먼저 실천하고, 이후에 짜투리를 정리하면 된다. 우선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지켜야 할 가치들… 그것들을 연결하며 나만의 지도를 완성하는 사람이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