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언어 세계

by 관리자 posted Dec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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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X 세대라는 말이 휩쓸고 지나갔다. 1991년 출판된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소설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1965년~1980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세대는 베이비부머나 밀레니엄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MZ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합쳐 부르는 용어이다.   

 

 MZ 세대의 특징은 개인주의다. 거침없이 자기표현을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중시한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에 몰두하며 무엇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다. 자신의 재정능력에 관계없이 스스럼없이 투자한다. 따라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소비 성향을 보인다.  

 

 경험을 추구하며 ‘덕질’ 문화의 중심축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 탐구하는 것을 덕질이라 한다. 이 문화가 강하며, 이를 통해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특징을 가진다.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듯 하지만 빈티지 쇼핑이나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MZ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대사회 적응이 힘들다. 과거 세대처럼 위계질서를 강조하거나 전혀 베풀지 않으면서 대우받기를 바라다가는 회사나 공동체에서 도태 될 위험성이 크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MZ 세대의 모습을 포용하는 것이 구세대들에게는 가장 적응하기 힘든 과정이다. 특히 일과 삶의 분리나 조직 헌신에 대한 인식 차이가 두드러지기에 그렇다. 

 

 MZ 세대의 특징은 언어세계이다. 우리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구사를 하며 소통한다. 선생님을 “쌤”이라 부른다. 우리 세대에 가장 두려워하던 담임선생님을 “담탱”이라 한다. 말을 다 줄여서 한다. “스몸비”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좀비와 같은 모습. “혼코노” 혼자서 코인 노래방에 가는 것. “그건 좀 킹 받는데요.” “이건 그야말로 갓생이죠.” 무슨 뜻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킹받다’는 ‘짜증이 난다’는 뜻이다. 

 

 ‘갓생’이란 말이 흥미롭다. ‘갓(God)’과 ‘인생’을 합친 말로, 신처럼 부지런하고 계획적으로 사는 삶을 뜻한다. 한마디로 ‘성실하다’는 뜻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나 “TMI(Too Much Information)”가 대세였다. 이제는 “그건 좀 에바야”나 “노답이다”라고 한다. ‘에바’는 ‘오버하다’의 변형이고, ‘노답’은 답이 없다는 뜻이다. 

 

 “빡친다”도 있다. ‘당황스럽다, 화가 난다’는 뜻이다. “츤데레”는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비하할 때에 ‘개’를 들먹였다. 그런데 MZ 세대들은 과도한 감탄사에 개를 넣는다. “개 좋아, 개 멋있어” ‘개 좋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척 좋다’는 말이라나?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이해가 안 간다. 

 

 사실 ‘개’는 상황과 사람을 비하할 때에 사용했다. ‘개떡, 개살구, 개수작, 개 같은 X’~ ‘쓸데없는’이라는 뜻이다. 들꽃 가운데 망초와 개망초의 유래에서 보듯이 ‘개’는 ‘질이 떨어지는’ 뜻을 담고 있다. “감다살”~ 감(感)이 다시 살렸다. “감다쥐”~감이 다 뒤졌다. 요사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현타가 왔다”이다. 

 

 현실의 ‘현’(現)과 시간을 일컫는 영어 Time의 합성어로 현시자각타임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닫게 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언어는 눈(眼)과 같다고 한다. 사회를 보는 그 눈이 언어를 만든다는 의미이다. 공자의 사서오경중에 ‘시경’(詩經)이 있다. 노래 속에서 세상을 읽은 것이다. 한걸음 물러서서 MZ 세대를 이해해 보려 결심해 본다. “킹 받는다”가 ‘짜증’보다는 고급스럽고 마음이 덜 요동치는 것 같다. “화가 난다”보다는 “빡친다”“가 한번 걸러지는 것 같다. 그 안엔 ‘실망스럽지만 웃기다’는 미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 장난스럽거나 가벼워 보이지만 나름의 감정 코드와 문화적 맥락을 담고있다. 표현만 다를 뿐,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웃고, 위로받고,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