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종종 점검하며 산다. 그러면서 묘한 고민에 빠진다. 희한하다. 꼭 해야 할 일은 하기가 싫다. 안 좋다는데, 다들 끊으라는데 안 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인생이다. 보통 삶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운동하기, 책 읽기, 다이어트 하기, 공부하기, 저축 하기등등. 문제는 지켜내지 못하면 자괴감이 찾아든다. 왜 나는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왜 남들만큼 못할까? 그렇게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다.
“커피 하세요?” 만나면 가장 흔하게 오가는 질문이다. 평소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졸리면 또 한 잔. 누군가와 약속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 보면 하루에 네다섯 잔은 금세라나. 그는 말한다. “와우, 커피 땡겨” 나는 체질적으로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이 부럽다.
반면 나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잠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선다. 오늘 밤 또 뒤척이지는 않을까? 새벽에 깨지는 않을까? 그러면서도 결국 커피를 마신다. 코끝에 닿는 진한 커피 향, 쌉싸름하다가 이내 입안을 감싸는 카페인의 맛을 쉽게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이미 그 향을 기억하고 있다.
저축도 비슷하다. 해야 될까, 안 해야 될까. 어느 날 은행에 들렀더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직원이 적금 상품을 소개한다. 그의 말 속에 실적이 깔려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도와주는 셈 치자’는 마음으로 덜컥 계약을 했다. 솔직히 내 스스로는 목돈을 만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1년이 지나 만기가 되었고 통장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와 있었다. 거창한 액수는 아니라도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한 달에 얼마씩 모은다는 건 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강제로라도 묶어두지 않으면 돈은 늘 다른 이유로 빠져나간다. 하고 싶어서 한 저축은 아니었지만 그 저축이 오히려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머리가 안 좋아서인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주식은 못 한다. 주식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다. 수시로 시세를 들여다보고 오르내리는 숫자에 따라 표정이 바뀐다. 나에게는 그 긴장과 속도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안 한다. 못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골프 이야기를 한다. 한때 나도 배워볼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버거운 점이 많았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골프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그 자그마한 작은 공 하나를 따라 다니며 일희일비하는 풍경이 내 체질에는 맞지 않았다.
이쯤에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혹시 삶은 ‘더 많이 하기’가 아니라, ‘덜 하기’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안 하기를 선택하는 용기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 그래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이다. 먼저 ‘하기’이다. 치실로 치아 관리하기. 바디 로션 바르기. 과하지 않은 운동. 핸드크림을 아끼지 않고 쓰기. 유산균 챙겨 먹기. 십 대 때부터 굳어버린 야행성을 조금씩 다스리기. 영상보다는 독서하기. 이 목록은 생각보다 짧다.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나니 오히려 숨이 트인다.
다음은 ‘안 하기’. 이게 더 어렵다. 탄산음료 줄이기. 라면 안 먹기. 밀가루 음식 덜 먹기.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 피하기. 그리고 커피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그것들은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말이다.
안 하기는 결핍처럼 느껴진다. 즐거움을 빼앗는 일 같고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 하기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내 몸과 내 시간을 위해 내 삶의 속도를 지키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삶은 더 잘 살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추구하기 보다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정말 해야 하는 일일까? 아니면 이제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질문 하나로도 삶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