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친교 시간에 둘러앉았다. 맛있게 음식을 나누는 중에 한분이 입을 열었다. “목사님, 사실 제 부친의 성함이 이자, 재자, 철자를 쓰십니다” 내가 받아쳤다. “아, 그래요? 내 잃어버린 아들을 오늘에야 찾았구나!” 내 말을 듣자마자 성도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성도들도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아들 셋이 있다. 그중에 큰 아들 이름이 “재철”이다. 해서 그분을 만나면 “아이고,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하며 두 손을 잡고 웃는다. 그분도 싫은 표정은 아니다. 사실 나와 같은 이름의 유명한 목사님이 있어서 거북하기는 하다.
이름이 중요하다. 태어나서 한번 붙여지면 평생 불려지기 때문이다. 자꾸 불러서인지 그 사람과 이름이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것이 희한하다. 한창 개그맨 심형래가 “영구 없다”라고 외치며 인기를 누릴 때 내 여동생이 결혼을 했다. 그런데 제부 이름이 “이영구”였다. 가족들을 만나면 내가 영구를 얼마나 불러댔던지 여동생이 “오빠, 애들도 있는데 영구라고 부르지 좀 마” 짜증을 냈다. 내가 받아쳤다. “아니, 영구를 영구라고 부르는데 뭐가 문제야?” 온 가족이 다들 웃었다.
오늘은 별난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태자가 있다. 수업 시간에 어쩌다 자면 선생님이 소리쳤다. “야, 너는 여태자니?” 그러면 그 소녀가 대답한다. “이미자(이미 잔다)도 있는데요” 윤보세. 뜻은 좋다. “세상에 중요한 보배가 되어라!” 아들 이름은 윤여기, 조카는 윤승리이다. 심람보도 있다. 아버지가 람보를 너무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다. 넘칠 남(濫). 도울 보(保) 심람보가 멕시코로 유학을 갔다. 공항 심사에서 이름 때문에 한참 애를 먹었단다.
오린지. 기린 린(麟) 지혜 지(智). 대학에 들어갔는데 하필 전공이 영어영문학과여서 선생님이 원발음 오린지(Orange)라고 엄청 불러댔다. 내가 신학대학교에 들어 갔을때 “나원”이 있었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나원 참!” 놀려댔다. 지금은 국제신학대학 이사장이다. 전병균도 있었다. 박이름. 고안녕. 친구가 집에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안녕이네 집이죠? 안녕이 있어요?” “안녕이 나갔는데.” “안녕이 나갔어요?” “안녕히 계세요”
기계화. 계수나무 계(桂) 화할 화(和), 어느날 학교 시험 문제 중에 정답이 기계화였는데 틀리고 말았다. 그의 별명은 “자동화, 산업화.” 어느 자매 남편의 이름은 전정룡. 전자동이다. 방글이도 있다. 이따끔. 현재, 연합뉴스TV 소속 기자이다. 심언진. 나폴레온. 출생신고를 할 때에 옹은 안된다고 해서 온으로 올렸다고 한다.
여성 중에 본명이 촌스럽다고 느껴지면 성경 이름이나 영어로 쓰는 것을 본다. 에스더, 한나등. 김그분, 삼만년, 이겨레. 이름을 대면 되묻는 이름이 있다. 공무원, 장관, 한소령, 시인, 이제길씨가 있다. 원래 ‘길제’라고 지으려 했는데 아버지가 호적을 올릴때에 실수로 그렇게 되었다. 제길씨가 와이프랑 식당에 가서 식사 후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사장 부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 나오더란다. “손님, 무언가 불편하셨나요?” “아니오, 왜요?” “사인에 욕을 적어 놓으셔서요” 사인을 ‘제길’이라 쓴 때문이었다.
외자 이름도 있지만 네자 이름도 있다. 남궁, 독고 성은 익숙하다. 김형대한, 현우일철. 두 사람은 친구이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갔더니 생일 맞은 분에게 축하노래와 선물을 준다고 웨이터가 전해 준다. 이름을 올렸다. 축하 노래가 흘러나오며 사회자가 멘트를 한다. “오늘 생일은 김형대씨, 한현우씨, 일철씨,”입니다.
안해용이 있다. 군대를 갔다. 관등성명을 대는데 저는 “안해용입니다” 엄청 두들겨 맞았다. 이훈남. 대학 입학을 하자 과 80명중에 여학생이 60명. 기대에 찬 눈으로 맞이한 훈남은 훈남이 아니었다. 전부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자 반 학생 전부가 움직였다. 당연중. 박재, 김꽃님, 정미녀, 주베라, 박정권, 김대권, 손말남, 이삼남, 여성용, 실로 이름은 다양하고 별났다. 그 이름을 짓기 위해 부모, 가족들은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주어진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큰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