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가족들은 힘겨운 시간들을 감당하고 있다. 김현숙 씨의 딸은 자폐성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 어느새 스무살이 넘어버린 딸 은주는 이제 엄마보다 키가 커져서 혼자 통제하기가 어렵다. 남편은 지방에서 일을 하고 위에 언니는 결혼을 하면서 이제 단둘이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만 지내는 딸은 하루종일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밖에 나가지 못하고 먹으면 잠만 자다보니 체중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다. 지난 2월부터 어느새 7개월째다.
20대 은주는 청년이라 에너지가 넘친다. 날마다 나가던 복지관의 문이 닫힌 후로 온종일 집에만 있다보니 너무도 답답 해 한다. 그나마 복지관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하면서 소일하던 삶이 멈춰버리자 은주는 퇴행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욕구 충족이 안되면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내는 퇴행을 반복하는 것이다. 급기야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이 시작되었다. “은주야! 안돼. 안돼. 들어와.” 갑자기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간 것이다. 엄마는 맨발로 달려나가 딸을 말려본다. “엄마 이것 봐, 엄마 맨발이야. 그렇지? 엄마 신발 신어야 하겠지?” 되돌아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발길을 돌려 이제는 남의 집 문을 열려고 한다. “아니야, 아니야 남의 집 그러면 안 돼. 안돼. 안돼. 안돼.”
집까지 되돌아왔다가 다시 뿌리치길 서너 차례. 간신히 신발을 챙겨신은 어머니가 딸과 산책길에 나선다. 딸이 향한 곳은 동네 마트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빵을 집어 먹는다. 놀란 엄마가 소리친다. “은주야! 너 이거 아까 먹었는데 만지면 안 돼. 알았어. 알았어. 우리 계산하고 먹자. 돈 내고.” 불쑥 다른 건물로 들어가 이곳저곳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 말리기 바쁘다. 어머니는 말한다. “예전에는 이러저러해서 이따가 나가자 그러면 말을 들었어요. 코로나 이후엔 이게 안 되는 거예요. 통제가 안 되는 거죠”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이 잘 안 되는 데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나오는 돌발 행동 때문에 어머니는 파김치가 된다.
최근에는 위험한 행동까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안돼. 안돼. 여기 안돼. 안돼. 은주야! 여기 찻길이잖아. 차 온다. 안돼.” 코로나 사태 이후 발달장애인 부모 10명 중 9명은 자녀 돌봄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만성 피로와 심해진 감정 기복, 수면 장애가 많았다. “아이는 살이 찌고 저는 계속 빠지고 있더라고요. 스트레스받으니까 역류성 식도염도 온 상태입니다.”(이희옥 어머니). “아플 수도 없어요. 아파서 누워 있을 수도 없어요. 저는 토요일, 일요일이 없어요.”(이은정 어머니) 지난달 광주에서는 어머니가 20대 발달장애인 아들과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지난 3월 제주에서도 10대 장애 아들과 어머니가 세상을 등졌다. 한국에는 전국에 발달장애인 24만 명이 있다. 그중에 이렇게 통제가 안되는 중증 장애인은 8만 명이나 된다.
마침 북가주 밀알선교단(샌프란시스코) 단장과 통화를 했다. 산불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긴급전화가 왔단다. “자폐아들이 하이퍼 되어 자신들이 통제가 힘들다.”는 연락이었다. 가보니 난리가 아니었다. 덩치가 산 만한 아이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목사님도 한 덩치하지만 제압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경찰관 3명이 출동하고야 진정을 찾을 수 있었다. 길게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 속에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들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발달장애아동이 자해를 했다는 연락이 온다. 기도할 뿐이다. 속수무책이다. 장애아동 가정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외침은 “안돼”이다. 어서 이 사태가 속히 지나가 해맑은 장애아동들의 미소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