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없는 올림픽

by 관리자 posted Aug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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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감동.jpg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작된 올림픽은 이제 세계인에게 4년마다 인생 드라마를 안기는 최대의 선물로 자리 잡았다. 쿠베르탱의 스포츠 제전을 통해 세계 청년의 우정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린 것이 1896년이니까 그 역사도 어느새 125년이다. 한 사람의 새로운 발상이 기나긴 세월 동안 확대되며 이어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무언가 처음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엇이든 거창하고 화려하게 시작하려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모퉁이에서 마음에 품었던 꿈 하나를 시도해 온 사람들에 의해 인류사는 발전되어 왔다. 그러니까 움직여야 한다. 불가능 앞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작은 발상이 올림픽의 대역사를 이루어낸 것처럼 오늘도 작은 것, 그리고 처음 내딛는 1(first)이 얼마나 가치를 나타내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미루어졌던 올림픽을 개최국인 일본은 1년 후 기어코 막을 올리게 된다. 문제는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여 무관중으로 진행하였다는 것이다. 스포츠와 각종 공연은 관중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별히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직접 시합을 하는 당사자도 즐겁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관중들이 더 흥미로워하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무관중이라니? 경기를 하는 선수는 물론이고 국가의 명예를 안고 출전한 선수들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아예 배제된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상적으로 올림픽이 열렸다면 한국의 대규모 응원단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을 것이고 그 힘으로 우리 한국은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달 순위 16위로 근래 출전한 올림픽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을 올리고 말았다.

 

  올림픽의 진미는 개막식이다. 식전 행사로부터 입장식과 다채로운 세레머니가 가슴을 들뜨게 한다. 클라이막스는 성화점화이다. 개최국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휘되며 성화는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후에 진행되는 기상천외한 프로그램은 함께한 관중과 TV를 지켜보는 지구촌 곳곳에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금년은 모든 것이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역시 관중이 없기 때문이었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reaction(반응)을 먹고 산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경기장에서 혹은 공연을 할 때에도 객석에서 흘러나오는 반응이 공연하는 사람의 마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의외에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도, 탄성도 없었기에 분위기는 시큰둥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인생을 돌아보니 2, 30대는 생의 황금기이다. 그 시기를 오로지 올림픽 메달에 꿈을 향해 달리는 젊음이 귀하고 아름답다. 누릴 것 다 누리며 메달을 따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합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극한 고통을 견디며 준비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황영조는 연습 도중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극한 훈련을 견뎌내고야 몬주익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스포츠에는 영원한 영웅도, 패자도 없다. 과거의 금메달리스트는 세월에는 장사가 없네요라는 말로 노메달의 서운함을 달랬다. 나이가 들어가며 메달리스트들의 the day after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젊은(어린) 나이에 정상에 선 그 후가 더 중요하다. ‘성취 이후의 삶을 어떻게 충실하게 엮어가느냐?’는 메달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이다. 무관중 올림픽을 바라보며 영광의 순간을 관리해 가는 진짜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땀 흘린 모든 선수들, 당신들 때문에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