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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21:13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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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jpg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이리라! 성탄이 되면 모두가 기뻐한다. 성탄은 말 그대로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인데 세상 사람들이 더 기뻐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교회보다 백화점이나 유흥업소들이 트리를 먼저 장식하고, 캐롤을 먼저 울려댄다. 나는 지금도 친필로 쓴 성탄 카드를 보낸다. 카드 구입을 위해 Mall에 가보면 “Happy Holiday” 일색이다. “Merry Christmas”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길을 가다가 캐롤이 나오면 발걸음을 멈추고, 반짝이는 트리의 불빛을 보며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성탄이 오면 뭔가 즐거운 행운이 찾아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성탄에 대한 감각이 점점 무뎌지는 나 자신이 안쓰러워진다. 어린 시절 친구를 따라 성탄절에 처음 교회에 나갔다. “선물을 준다는 친구의 달콤한 유혹(?)에 못 이겨 들어선 교회. 마루바닥으로 된 예배당에 가지런히 방석들이 놓여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오른편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거리고, 왼편에는 학교에서 보던 것보다는 상태가 좋은 풍금이 놓여 있었다.

 

 교회에 들어섰을 때 내 귓가에 들리던 찬송은 <탄일종>이었다.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고 깊은 산골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짤막한 노래였지만, ‘탄일종을 듣고 따라 부르며 금방 깊은 산속을 누볐고, 바닷가를 거닐었다.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하이얀 눈을 밟으며 부른 노래는 바로 그 노래였고, 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진 음악 공책이 들려져 있었다. 그 음악 공책이 아까워 못내 쓰지 못하고 모셔 놓기만 했다. 지금도 탄일종을 들으면 마음은 그 시골 교회당으로 달려간다.

 

 고교 시절의 성탄절은 왜 그렇게 흥청거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 크리스마스이브- 명동 코스모스 백화점 앞에서 우리는 만났다.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명동 한복판을 누비고, “케익파라제과점 2층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자정이 되면 명동 성당의 미사를 기웃거리다가 이내 친구의 자취방으로 자리를 옮겨 밤새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지냈다. 그렇게 지내는 것이 성탄절인 줄 알았다.

 

 가슴이 뜨겁던 청년 시절, 소명(召命)을 받아 신학생이 되었다. 전도사가 되어 청년들과 함께 수년전 누비던 명동에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목적도 모습도 달랐다. 조를 짜서 손에 손에 귤(그때는 귀했음)을 들고 다방과 제과점에 들어갔다. 사장에게 허락을 받고 손님에게 다가간다. 먼저 인사를 하고 탁자에 귤을 올려놓으며 말한다. “불우 이웃을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다른 때 같으면 귀찮아 할 텐데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귤을 사주었다. 성탄의 기쁨은 그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 돈을 받으며 우리는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게 몇 시간을 다니고 나면 몸이 쳐질 정도로 피곤이 몰려온다. 하지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윽고 교회로 돌아온 각조의 청년들은 모여온 성금을 쏟아놓으며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함께 찬양을 몇곡 부르고 시작되는 선물 교환, 자정이 가까워지면 여전도회에서 준비한 떡국을 먹고 우리는 새벽송을 돌기 시작한다. 한집 두집 찾아가 새벽송을 하다보면 준비한 쌀 포대자루가 넘칠 정도로 선물이 모여졌다. 다시 교회에 모여온 청년들은 날이 하얗게 샐 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그립고 그리운 순간들이다.

 

 또다시 성탄절을 맞이한다. 궁금하다. 그대는 어떤 성탄의 추억이 있는지? 금년 성탄에도 여전히 가슴은 울렁거리는지? 성탄은 예수님이 나를 찾아오신 기쁜 날이다. 기뻐하자. 환하게 웃어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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