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0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3월 산.jpg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며 어린 마음에 설레임이 찾아왔다. 겨울내내 부둥켜안고 살았던 화로가 부담스러워지고 저만치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보며 봄이 다가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팽이를 돌리고 연을 날려도 춥지 않아 좋았다. 굳이 양지녘을 찾아 옮겨다니지 않아도 되기에 편안 해 졌다. 방보다는 들이, 뒷산 너른 바위가 익숙해져 가는 봄이 그래서 기다려졌다.

 

  봄은 색깔로 표현하면 초록이다. 그것도 연초록이다. “우수”(雨水)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의미이다. 시골에서 살았던 나는 표현하기 어려운 봄의 색깔과 분위기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며 살았다. 추운 듯 나른하고 따뜻한 듯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 봄이다. 봄은 거져오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계절이다. 겨울이 짧다면 이후에 찾아오는 시간의 감격은 그리 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루하고 영하의 날씨가 맹위를 떨치는 시간을 감내하고 나면 그렇게 봄이 고마울 수가 없다.

경칩(驚蟄)일어나다라는 경()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이 어우러진 단어이다. ,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기지개를 켜듯 만물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죽은 듯 고요하던 세상이 술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이제부터 땅속과 초목 속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인 듯 알고 산다. 하지만 깊이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가시적인 세상을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시인 권나현은 봄의 술렁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중략)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시인의 눈이 요상스럽다.

 

  박병금 시인도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는 시에서 참나무 삭정이, 매화꽃, 산수유꽃, 연분홍 진달래, 하얀 조팝나무 꽃이 사방에서 새 생명을 움트느라 수다스럽다3월 산의 생동감을 맛깔나게 그려낸다. 시의 마지막을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고 마무리한다. 싯구처럼 지금 산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리라! 봄에 펼쳐낼 향연을 위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준비를 하느라 말이다. 이제 곧 울려 퍼질 봄의 교향악을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삼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이 많았다. 아들을 선호하던 풍조에서 삼월에 나온 딸을 그렇게 작명했고, 봄 같이 희망적인 생을 살라고 삼월이라 지어준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만사는 마음먹기 달렸다가 있다.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맞는 말이 틀림없다. 봄이라도 삶이 매서우면 그 사람에게는 겨울이요, 기온이 낮아도 삶의 희락이 있다면 그 삶은 봄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금년 겨울이 몹시 춥고 힘들었다고 한다. 반면 눈도 많이 안오고 견딜만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같은 시간, 계절을 지나면서도 사람들의 느낌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삶의 겨울이 와도 낙심하지 않는다. 분명히 봄은 올 것을 믿기때문이다. 아직도 바이러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맞이하는 2022년의 봄이 진정한 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봄이여! 사람들의 가슴에도 그 따스한 기운을 힘껏 불어 넣어주렴.

 

 

 

 

 

 

 

 

 

 

 

 

 

 

 

 

 

 


  1.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2794
    Read More
  2.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3001
    Read More
  3.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2818
    Read More
  4.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2724
    Read More
  5.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2891
    Read More
  6.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2932
    Read More
  7.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3087
    Read More
  8.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3354
    Read More
  9.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3307
    Read More
  10.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3382
    Read More
  11.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3631
    Read More
  12.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3727
    Read More
  13.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3853
    Read More
  14.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3737
    Read More
  15.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3924
    Read More
  16.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3870
    Read More
  17.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4019
    Read More
  18.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4090
    Read More
  19.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4170
    Read More
  20.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425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2 Next
/ 32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