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9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추억여행.jpg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을 둘춰보고 추억의 노래를 듣는다. 결국 나이가 들면 추억이 비타민처럼 삶의 활력을 돋구워 주는 것 같다. 설레임과 기대- 그것은 사람이 평생 포기하지 못하는 에너지인 것이다. 그 에너지가 모여 누구나 즐거움이라는 마법에 걸려드는 것 같다.

 

 양평 강상에서 갑자기 경찰 아버지가 전근을 가신 곳은 양수리에서도 더 깊이 들어가는 서

종 ‘문호리’였다. 지금이야 경춘 고속화도로가 지나가고 양수리까지 전철이 놓여있지만 그 때 ‘서종’은 멀고먼 시골이었다. 북한강 언덕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돌아가는 도로를 한참을 달려 작은 마을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시작된 내 3학년 2학기는 참 외롭고 버거웠다. 4학년에 올라가며 내 삶의 빛으로 찾아온 것은 서울에서 부임해온 미모의 여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좋아 문예반에 들어갔고, 그렇게 글 쓰는 훈련을 받으며 내 어린 날은 풍요로워갔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양평군내 “글짓기대회”를 앞두고 문예반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은 오직 각 학년에 1명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5학년 대표로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다. 서운하게도 대회당일 인솔자는 다른 남자 선생님이었다. 새벽에 출발하여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탄 끝에 “양평초등학교”에 당도하게 되었다. 당일 글짓기대회에서 출제된 시어(詩語)는 “감”이었다. 내 가슴 가득히 들어있던 감성을 쏟아내어 나는 당당히 “특선”에 영예를 안게 된다.

 

 금박 봉황이 그려진 “특선 상장”과 아울러 부상으로 24색 “왕자파스”(크레파스)가 주어졌다. “이 순경 아들”은 그렇게 영웅이 되었고 상을 받던 그 환희의 순간은 노년이 되어가는 내 기억 속에 에너지로 살아있다. 얼마 후, 서울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는 내게 ‘하모니카’를 선물해 주셨다. 교본을 들여다보며 연습에 열을 올렸고 실력이 향상될 즈음 곧잘 뒷산 바위에 걸터앉아 하모니카를 불어 제꼈다. 소나무 숲을 타고 흐르는 하모니카 선율에 세상이 다 내 것이 된 것만 같았다. 하모니카는 내가 만난 첫 악기였고 외로울 때 유일한 내 친구였다.

 

 내 생애에서 첫 번째 만난 관문은 “중학교 입학시험”이었다. 서울아이들은 무시험으로 들어가던 그때에 우리는 시험을 쳐서 중학교 문을 노크해야했다. 시험 발표가 있던 날,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합격자 발표를 보기위해 모여들었다. 드디어 학교 급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벽에 올라 두루마리를 풀어 붙이기 시작한다. 그때의 긴장감은 실로 오금을 저리게 했다. 우리 학교는 묘하게도 등수대로 이름을 적어 발표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내 이름 석자 “李載哲”이 7번째로 붙어있었다. 소리를 질렀다. 함께 간 엄마와 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축하 해 주었다.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아버지는 자전거 한 대를 선물해 주셨다. 청색 “무궁화 자전거”를 만나는 순간 나는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어설프던 자전거 실력은 자가용(?)이 생기면서 급작스럽게 성장해 갔고, 부실한 다리는 자전거에 올라앉으면 겁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만난 자전거는 양평시내를 내 안방(?)으로 만들었다. 시내를 가로질러 양평대교에 이르면 친구들과 소리를 지르며 거침없이 다리를 가로질러 다녔다. 지금도 한국에 가면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양평을 찾아가 중학교 시절에 자전거를 타고 누비던 그 거리에 서서 추억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고교시절에는 서울에서 임진각까지 주파를 했고, 장애는 자전거로 인해 날개를 달았다.

 

 서울에서 목회를 할 때에 주차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전거는 기동성 있는 목회 도구였다. 특히 새벽예배를 인도할 때에 그 유용성이 뛰어났다. 누구나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인생의 황홀한 순간이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진 한 장”쯤은 누구의 가슴에나 있다. 자꾸 멀어져만 가는 추억에 손짓을 하고 싶은 봄날이다.


  1. 꽃은 말한다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
    Views65484
    Read More
  2. 당신은 운전중에 분노하십니까?

    “화”를 내지 않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동물도 스트레스를 주면 금방 화를 낸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띄게 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분노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불이익을 당했을 때나 자존심의 손상을 입을 때에 화...
    Views62714
    Read More
  3. 45분 아빠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
    Views61620
    Read More
  4.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2117
    Read More
  5.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69291
    Read More
  6. 부부싸움은 진정 '필요악'인가?

    부부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비슷한 성격의 부부가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을 살거나,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만 역동성이 있고,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환상의 콤비가 되는...
    Views61543
    Read More
  7.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0543
    Read More
  8.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67786
    Read More
  9. 당신의 운을 점쳐 드립니다!

    “운이 없어서 부도 당했다” “운이 없어 동업자를 잘못 만났다” “운이 없어 시험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운”(運)에 대한 말을 많이도 하고 산다. 결국 “운”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더라도 &ldq...
    Views61258
    Read More
  10. 남자와 자동차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
    Views77562
    Read More
  11.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69131
    Read More
  12. 생각, 아니면 느낌?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때로는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을 보면 감정이 없지는 않나보다. 우리는 순간마다 엄청난 생각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그...
    Views58521
    Read More
  13.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58736
    Read More
  14.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1948
    Read More
  15.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1474
    Read More
  16.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4265
    Read More
  17.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1425
    Read More
  18.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3712
    Read More
  19.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3510
    Read More
  20.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50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