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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아라는 이중고를 견디며 살아야 한다. 현재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 중 부모가 없는 장애인은 7,000여 명이나 된다. 지적장애인 박종경씨(32)는 올해 설날도 떡국을 혼자 먹어야 했다. 박씨 나름의 레시피가 있다. 7평 원룸에서 곰탕맛 라면 스프를 물에 풀고 떡을 넣어 끓인다. 그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나눌 사람조차 없다. 종경씨는 1998530일 오전 6시쯤 경상북도 구미 기차역 앞에 버려졌다. 여섯살이었다. 자신을 두고 뒤돌아 걷는 엄마(당시 33)의 뒷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빠(당시 41)는 매일 술에 취해 아들을 때렸다. 도망치면 끌고 와서 더 때렸다. 만 세 살이 되던 해 외할머니가 경북 김천 집으로 데려갔다. 그 후 외할머니와 살아야 했다. 3년 만에 엄마가 한 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찾아왔다. 이튿날 새벽 4시쯤 엄마는 잠자는 아들을 흔들어 깨워서는 따라 나오라고 했다. 현관문을 나설 때 외할머니는 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종경은 그날 기차를 처음 탔다. “어디 가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을 떼지 못했다. 지적 장애에 언어 장애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9세 때 목젖 수술을 받기 전까지 그는 말을 하지 못했다. 구미역 계단을 내려왔다. 엄마는 아들을 기다란 벤치에 앉히고 옆에 신문지 한 뭉텅이를 가져다 놓았다. “덮으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그는 버려졌다.

 

  지적장애 3급 이대길씨(42)도 버려졌다. 대길씨는 갓난아기 때 서울 송파구 문정동 어느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이후 서울의 어느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겨졌다. 슬픈 출생 사연을 안고 태어났지만 나름대로 시설에 잘 적응하며 삶의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나이가 차서 시설을 나와 자립한 후 조금씩 부모의 부재를 느꼈다. 다행스럽게 20대 후반, 같은 장애인 시설에서 만난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몄다. 경찰관의 도움으로 처가 친부모와 연락이 닿았고 결혼식 후 만났다. 부모를 만나 펑펑 우는 아내를 보며 이씨는 무척 부러웠다고 했다.

 

  지적장애인 최담희 양(11)은 갓난아기 때 아동보호소에 맡겨졌다. 친부모는 장애가 있는 최양을 키울 여건이 안되었고 할아버지 부부가 최양을 안고 보호소를 찾아왔다. 담희는 장애인 영유아 시설에 갔다가 2019년 서울 은평구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겨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 그녀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궁금했다. 사회복지사가 내어민 기록에서 친부모의 이름을 처음 보았다. 아버지의 사진도 있었다. 최양은 사회복지사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최양은 무척이나 친부모를 찾고 싶어한다. “부모님과 무엇을 가장 하고 싶느냐?”고 묻자 그냥 한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께 하고픈 말이 있느냐고 묻자 사랑해라고 했다. 가족이 없는 장애인을 무연고 장애인이라 부른다. 무연고 장애인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다. 부모가 버린 장애인이 일반적이다. 부모가 방임하거나 학대해 친권을 박탈당한 경우도 있다. 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장애인도 있다. “장애가 아니였다면 버림받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장애인들의 사연이 애달프다. 장애인 시설 밖에도 무연고 장애인들이 있다. 성인이 되어 자립했거나 장애인 시설에 자리가 없어 일반보육원(고아원)에 사는 장애인들이다.

 

  영유아 시설은 전국에 9곳 있다. 202112월 기준 장애인 357명이 영유아 시설에 산다. 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연령이 되면 일반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겨진다. 이후 24~25세쯤이 되면 자립을 해야 만 한다. 이들은 드물게 친부모를 찾는다. ‘자신을 버렸지만 부모를 찾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될텐데 신부 입장을 할때에 아빠가 내 손을 잡고 들어가면 좋겠다는 소박하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그들의 고백이 가슴을 더욱 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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