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7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그가 진정 9전 10기의 인생역전 드라마를 쓴다. 20년 동안 각종 장편 문학상에 9번 응모했으나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희한하게도 작품마다 대부분 최종심에 올랐기에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10번 도전 끝에 장편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상금 1억원을 거머쥐게 된다. 신인 소설가 전민식(47)의 삶과 문학은 그의 책에 그대로 녹아있다.

 

 소설은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현실감 없는 얘기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현실감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생생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다양하면서도 꼼스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듯 마치 톰행커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가 연상된다. 다니던 회사를 해고 당한 후 사나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아르바이트밖에 없었다.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가 돌보던 개가 산책 나온 다른 애완견을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고시원에서도 쫓겨나고 그의 알바는 날아가고 만다.

 

 하지만 그는 고꾸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역할 대행 사무실과 연결이 된다. 역할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어떤 여자의 오빠가 되기도 했고, 어떤 녀석의 아빠가 되어주기도 했다. 애인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고 결혼식 하객은 기본이었다. 소설 안에는 여러 군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이 추하거나 또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경험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추해지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 남자들, 그리고 마음의 공허함 내지 쓸쓸함을 갖가지 방법으로 채우려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띤다. 행운처럼 생각되는 일들이 간간히 일어난다. 언뜻 우연처럼 보이지만 살아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짱아오 종의 개 ‘라마’를 산책시키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개의 주인은 돌싱이었다. 그에 걸맞은 남자가 되기 위해 명품 구두에 양복을 장만한다. 비록 월세지만 오피스텔도 다시 얻었고 최신 스마트폰을 지니게 된다. 개의 주인과 찐한 인연을 맺고 그는 깊은 이성과의 사랑을 경험한다. 실로 삶의 오아시스를 만난 셈이다. 개를 편안하게 산책시키며 그는 상상를 초월하는 보수를 받는다. 게다가 예상치도 못했던 여성과 사랑을 나누며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였다. 개를 놓치며 사건은 터지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은 산업스파이였음이 드러난다.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던 여자. 커튼 뒤에 숨어 그동안 자신을 은밀하게 내려다봤다는 생각에 그는 몸서리를 친다. 그런데 이상했다. ‘끌려다녔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이 조금씩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개는 그가 바라던 현실감을 제공해 주는 통로가 된 것이다. 둘 다 그를 배신하고 도망침으로써 냉정하게 현실감을 회복한 것이다. 남자를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은 후 잠적했던 그녀는 어느 날 길가에서 우연히 그와 재회한 이후로 시종일관 그에게 “만나서 본심을 털어놓고 싶다”고 연락해온다. 그 와중에 개가 죽는 일이 발생한다.

 

 마지막 장면. 창문에 서린 김을 손을 들어 닦아 냈다. 길가 빵집 처마 밑에 개 한 마리가 비를 맞으며 반듯하게 서 있었다. 눈에 익은 개였다. 그가 돌보던 ‘라마’와 너무도 닮았다. ‘혹시 라마?’ 이내 개는 사라진다. “세상이 네 뜻대로 되면 그건 세상이 아니고 환상이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고 큰형마저 자살한 후, 인도로 떠나며 작은형이 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1.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717
    Read More
  2.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5078
    Read More
  3.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5239
    Read More
  4.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5475
    Read More
  5.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5097
    Read More
  6.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5376
    Read More
  7.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5821
    Read More
  8.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5820
    Read More
  9.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6128
    Read More
  10.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5843
    Read More
  11.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5891
    Read More
  12.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6300
    Read More
  13.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5604
    Read More
  14.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6260
    Read More
  15.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6291
    Read More
  16.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6479
    Read More
  17.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6231
    Read More
  18.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6303
    Read More
  19.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6033
    Read More
  20. 지금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정이 생기거나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지금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그것이 흔한 일상이지만 사소한 게으름이 인생의 기회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경험을 ...
    Views629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